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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고조…AI에 치명적일 수도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1 04:12

수정 2026.03.01 04:12

[파이낸셜뉴스]
이란 수도 테헤란 밤 하늘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습으로 연기에 덮여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 뉴시스
이란 수도 테헤란 밤 하늘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습으로 연기에 덮여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하면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AP 뉴시스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 이에 맞선 이란의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이 세계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처럼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은 치솟는데 성장은 멈추는 ‘악순환의 굴레’에 진입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금융 시장에 엄습하고 있다.

인공지능(AI)에 일자리를 빼앗길 것이란 공포가 ‘시트리니 보고서’로 증폭된 가운데 에너지 대란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발 감원 공포가 시장을 압박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스태그플레이션

해협 봉쇄가 실제 이뤄질지, 봉쇄가 진행되면 얼마나 갈지는 불확실하지만 시장 불안심리를 자극해 유가가 뛸 것은 틀림없다.

이미 공습 전 2.5% 안팎 상승한 국제 유가는 시간 외 거래에서 3% 넘게 더 뛰었다.



에너지 공급 위축에 따른 가격 상승은 경제 전반의 공급 감소를 불러 물가는 끌어올리고 생산은 위축시킨다.

특히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과감한 금리 인상으로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을 잡은 것처럼 이번에도 연준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최악의 공급 충격’이라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과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하려던 찰나에 터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리 인하 기대가 사라지고,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실물 경제가 심각한 스태그플레이션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표 증시 강세론자도 비관으로

AI 불안감으로 흐름이 좋지 않은 뉴욕 증시에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이미 27일 공개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 관세 충격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음이 확인돼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는 없을지 모른다는 비관이 나온 터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선언에 따른 유가 급등은 이를 기정사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증시에는 비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UBS 글로벌 자산관리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해펄은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 기업 이익 전망치가 하향 조정된다면서 증시가 단기적으로 5~10%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의 대표적인 낙관론자인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 주식전략 부문 총괄도 비관으로 돌아섰다.

코스틴은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게 만들고 제조 원가를 높인다면서 수요 위축과 생산비 상승으로 결국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특히 운송, 제조, 유통 부문의 타격이 가장 크고, 기술주 역시 고금리에 따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기술주들은 금리가 높으면 미래 수익의 현재가치가 낮아져 주가가 하락 압박을 받는다.

야데니 리서치 대표인 에드 야데니는 1970년대식 오일쇼크가 재연될 위험이 있다면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 인하를 포기하거나, 어쩌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금리 인상은 증시에는 치명타이다.

아울러 위험 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국채, 금 같은 안전 자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AI, 비용 폭증 직면

오일쇼크는 ‘전기 먹는 하마’ AI 데이터센터에도 심각한 타격을 줄 전망이다.

증시 상승 견인차 역할을 하던 AI는 이미 증시를 끌어내리는 악재로 돌변했다. 영화 ‘빅 쇼트’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의 ‘AI 거품론’, AI가 모든 것을 대체할 것이라는 ‘시트리니 보고서’의 종말론적 전망이 더해지면서 AI로 타격을 입을 소프트웨어, 금융, 부동산 등 각종 업종 주가가 급락했다.

이번에는 에너지 대란 속에 AI가 증시를 끌어내릴 전망이다.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높은 가운데 유가 급등이 부를 전기료 상승은 AI 서비스 운영 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리고 마진도 압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주 강세론자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 폭등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마진을 잠식할 것이고, 이것이 결국 AI 사이클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미 주식전략 총괄 사비타 수브라마니안도 시장이 그동안 AI의 장밋빛 미래만 봤지만 이제는 ‘에너지 안보’라는 현실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다.


수브라마니안은 에너지 가격이 통제 불능이 되면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고비용 AI 프로젝트들이 좌초할 수도 있다고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