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혼돈의 중동, 비상걸린 기업들..수십조 피해 우려 속 안전 대응까지 분주

김학재 기자,

김동호 기자,

임수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1 16:12

수정 2026.03.01 16:17

무협, '美-이란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
물류비 바우처 예산 편성 요청
중소기업 전용 선박 적재공간 확보 집중
최대 80% 운임 추가에 무역수지 악화 우려
국내 대기업들, 중동 지역 직원들 안전 대응 총력
28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란길에 나선 차량이 주유소 밖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28일(현지 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피란길에 나선 차량이 주유소 밖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제거되는 등 중동 정세가 혼돈에 빠진 가운데, 이란이 세계적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기존 해상운임 대비 최대 80%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유가 상승 폭에 따라 수십조원대의 무역수지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추산됐다. 실제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유가가 10% 상승할 경우 우리 수출은 0.39% 감소하고, 수입은 2.6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기업들의 생산비는 0.38% 상승하고, 제조업은 평균 0.68%, 서비스업은 평균 0.16%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서는 이 경우 무역수지가 약 200억달러(약 28조원) 악화되고 기업들이 연간 15조~20조원가량의 손실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지면서 기업들은 이란 인근 중동 지역에 근무 중인 직원들의 안전 확보에 나서는 한편, 국내 해운·항공업계는 대체 항로 마련과 고유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해상운임 최대 80%↑…수십조 피해 우려

한국무역협회는 1일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윤진식 무협 회장 주재로 '미-이란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열고 수출입 물류 리스크 점검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란 당국이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해상운임이 50~80%까지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무협은 물류비 바우처 예산 편성 요청과 중소기업 전용 선박 적재 공간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무협은 해협 봉쇄 시 오만 주요 항만(살랄라, 두쿰 등)에서 하역한 뒤 내륙 운송이나 연안 소형 선박을 활용하는 대체 루트도 제시했다. 다만 현재 전면전 분위기를 감안할 때 우회 경로의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우회 시 기존 해상운임 대비 추가 비용이 최대 50~8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무협은 "육로 운송과 국경 통관 절차 등으로 인해 운송이 3~5일가량 지연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통상 전체 매출의 약 16%를 연료비로 지출하고 있어 봉쇄에 따른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벌크선 비중이 큰 SK해운, 팬오션 등과 회의를 열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항로를 우회할 경우 운임 상승이 불가피하고, 국제유가 및 보험료 인상으로 비용 부담도 급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보험료와 유류비 인상에 따른 해상운임 상승 가능성 외에도 원유와 천연가스 공급 충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항공사들 역시 영업비용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유 가격 상승분을 유류할증료 인상만으로 상쇄하기 어려워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이 결항 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이 결항 되고 있다. 연합뉴스

■산업계 '이란 사태' 대응책 마련 분주
국내 기업들은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중동 지역에 근무 중인 직원들의 안전 확보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현지 사업 차질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란을 포함한 중동 주재원들의 피해는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LG전자 역시 현재까지 중동 지역 직원들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란에 파견돼 근무하던 한국인 직원 1명은 지난주 출국했으며, 이스라엘 지점에 근무 중인 한국인 직원과 가족들은 대사관 지침에 따라 대피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란과 이라크에서는 사업을 하지 않고 있으나, 인근 사우디아라비아에 합작 공장을 운영 중인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중동 지역 주재 임직원 보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쿠웨이트 등에서 방산·금융·기계 분야의 수출 및 현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라크에서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지 체류 임직원은 120명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중동 현지 임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회사는 철저한 안전 확보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당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월 28일 공지를 통해 "중동 지역의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관련 공역 제한으로 두바이 출·도착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안내했다. 적용 기간은 오는 7일 0시까지이며, 대상 지역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향후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후속 스케줄을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동호 임수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