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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세계는 한국이 잘 산다는데 삶 만족도는 늘 바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5 18:29

수정 2026.03.05 18:29

자살률은 13년 만에 최고로 치솟아
양극화 해소 위한 구조개혁 시급해
[사설] 세계는 한국이 잘 산다는데 삶 만족도는 늘 바닥
국가데이터처가 5일 발표한 '삶의 질 2025'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 고립감 지표가 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들의 우울과 걱정 정도를 보여주는 부정 점수는 3년 만에 다시 악화됐고, 자살률은 13년 만에 최고로 높아졌다. 종합적인 삶의 만족도는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을 면치 못했다.

유년 시절부터 과열 입시에 시달리고 학교 졸업 후엔 극심한 취업전쟁, 중장년이 되면 집값과 자녀부양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는 게 우리의 삶이다. 노년에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일을 놓지 못한다.

고단한 한국인들이다. 원인을 진단하고 생애 단계별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삶의 만족도는 객관적 삶의 조건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0~10점으로 측정된다.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는 2020년 6.0점 이후 2022년 6.5점까지 점진적으로 올랐다. 하지만 2023년 6.4점으로 소폭 내렸고, 지난해도 같은 점수를 보였다. OECD 38개 회원국 중에선 33위다.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튀르키예, 그리스, 헝가리, 콜롬비아, 포르투갈 정도다. 하위권 국가들 면면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매번 큰 변동이 없다.

우울, 자살률, 취업률, 빈곤, 사회 신뢰를 보여주는 각종 지표들은 줄줄이 악화됐다. 자살률은 201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7년부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2024년엔 인구 10만명당 29.1명까지 올랐다. 전년 대비 1.8명이나 증가한 수치다. 더욱이 역대 최고치였던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는데 성별 차이도 컸다는 게 특징이다. 남자 자살률(41.8명)이 여자(16.6명)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자살률은 OECD 회원국과 비교하면 압도적 1위다. 데이터처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는 10명 전후라고 한다. 해외에선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풍요와 낭만을 동경하는데 정작 한국인은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더 적극적인 정부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울과 걱정 정도를 보여주는 부정 정서는 코로나19 당시 수준까지 반등했고, 대학졸업자 취업률은 2023년까지 3년 연속 올랐는데 2024년 다시 꺾였다. 정부, 국회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3년 연속 50% 아래에 있다. 상대적 빈곤율이 5년 만에 최고로 오른 것도 주목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 편중된 부동산 가격 상승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의 구석진 곳을 살펴야 한다. 대개 정부의 몫이다. 자산과 소득 양극화는 더 심화될 수 있다. 격차를 좁힐 세심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한다.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사회 구조개혁으로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과도한 경쟁 문화, 남과 비교하며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는 그릇된 사회 분위기는 우리 모두 극복해야 할 과제다.
포용과 배려가 넘쳐야 삶의 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