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서울시립대 김태완 교수팀,
세계 최초 '플라즈마 정밀 제어' 성공
차세대 2D 반도체 초저저항 구현
경험에 의존하던 공정 원리 공식화
세계 최초 '플라즈마 정밀 제어' 성공
차세대 2D 반도체 초저저항 구현
경험에 의존하던 공정 원리 공식화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손상'과 '변신' 사이에서 찾아낸 황금 레시피
반도체를 만들 때 꼭 거치는 '플라즈마 공정'은 그동안 속을 알 수 없는 블랙박스 같았다. 이온을 쏠 때 반도체 표면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통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온이 너무 강하면 반도체를 깎아 먹고, 너무 약하면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연구팀은 이 블랙박스에 정밀한 계측기를 들이댔다. 마치 고기를 구울 때 불의 온도를 1도 단위로 조절하듯, 이온의 밀도와 에너지를 측정해 데이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반도체 소재(MoTe₂ 등)가 파괴되지 않으면서도 딱 원하는 부분만 금속으로 변하는 '최적의 지점'을 찾아냈다. 눈을 가리고 과녁을 맞히던 공정을 정밀 조준 사격으로 바꾼 격이다.
■10만 배의 기적, 세계 최고 기록 경신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연구팀은 이 공정을 통해 단일 반도체 물질 내에 금속 성질을 자유자재로 심는 '다형상 접합' 구조를 완벽하게 구현했다. 이 과정에서 전기의 흐름을 방해하던 저항값을 250.42 Ω·μm까지 낮췄다.
이는 기존 방식보다 저항을 무려 10만 배나 줄인 결과다. 물리적으로 더 이상 낮추기 힘든 '양자 접촉 한계'에 바짝 다가선 세계 최고 수준의 기록이다. 꽉 막혀 있던 반도체 속 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뚫어낸 것이다.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까?
이제 AI 반도체의 성능은 한 단계 더 진화한다. 전력 소모는 획기적으로 줄어들고 계산 속도는 눈에 띄게 빨라진다. 스마트폰은 더 얇아지고 배터리 걱정은 사라진다. 극한 환경에서 버텨야 하는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용 반도체에도 이 기술은 필수적이다.
연구팀의 성과는 나노 과학 분야의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ACS 나노(ACS Nano)'에 게재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단순히 실린 것을 넘어 해당 호의 가장 핵심적인 연구임을 증명하는 '부표지 논문(Supplementary Cover)'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결국 이번 연구는 '경험'이라는 불확실한 포장지를 뜯어내고, '데이터'라는 확실한 미래를 찾아낸 결과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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