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100여 개국 온체인 카드 확대…쿠팡페이 사업 검토 착수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결제 인프라와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을 기존 금융망에 접목하는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자(VISA)가 스테이블코인 연계 카드 서비스 지역을 전 세계 100여개국으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국내에서는 쿠팡의 핀테크 자회사 쿠팡페이가 관련 사업 검토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 복잡한 중개 단계를 거치는 전통 결제망을 보완하고 블록체인 기반 저비용·고속 정산 체계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결제 기술 기업 비자는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플랫폼 ‘브릿지’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해 현재 18개국에서 운영 중인 스테이블코인 연계형 비자 카드를 연내 유럽·아시아태평양·아프리카·중동 등 100개국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협력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반(온체인) 정산이다.
비자 측은 스테이블코인 도입 배경으로 기존 결제망이 해결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비자코리아 문장현 상품·솔루션 총괄은 “기존 국경 간 송금은 여러 중개 은행을 거쳐야 해서 속도가 더디고 수수료도 발생하는 데다, 주말·공휴일에는 자금이 묶이는 ‘유동성 잠김’ 현상이 고민이었다”며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작동하는 블록체인을 통해 언제든 즉시 자금을 순환시킬 수 있어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들이 기존 정산 시스템을 통째로 바꾸지 않고도 스테이블코인 기반 재무 운영을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리플도 최근 ‘리플 페이먼츠’ 기능을 확장하면서 자체 스테이블코인(RLUSD)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기반 결제 플랫폼 전략을 강화했다. 앞서 팰리세이드와 레일을 인수하며 수탁(커스터디) 및 가상계좌 수납 기능을 확보한 리플은 전 세계 60여개가 넘는 시장에서 법정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아우르는 수납·지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의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쿠팡페이는 사내 변호사 채용 공고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발행·활용·유통 관련 서비스와 사업 구조 검토’를 주요 업무로 명시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대응과 함께 새로운 규제 틀을 사업 기회로 연결하는 역할이 강조된 만큼,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송금 사업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세는 데이터로 증명되고 있다. 삼성증권 분석에 따르면, 달러 스테이블코인(USDC) 발행사 써클(Circle)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7억7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7% 급증했다. USDC 유통량은 연간 70% 넘게 증가한 750억달러에 달한다. 준비자산 운용 수익이 실적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스테이블코인 비즈니스 수익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관할 조정과 스테이블코인 수익 지급 금지 조항 등을 담은 법안 초안이 논의되는 등 규제 불확실성이 변수로 남아 있다. KB증권 김지원 연구원은 “미국 SEC가 디지털자산에 대한 증권법 적용 지침을 백악관에 제출하는 등 규제 관할을 명확히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면서 “스테이블코인의 수익 지급 논쟁 등으로 관련 법안(클래리티 액트) 심사가 계류 중인 점 등은 주요 변수”라고 짚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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