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혜택 없어도 핵심 7명 차출… 한국 야구 위해 결단한 '챔피언 LG'
"홈런 맞을까 스스로 공 놨다"… 국가대표 마지노선 지킨 손주영의 희생
더그아웃서 쏟아낸 세 번의 눈물… 마음고생 털어낸 마운드의 전우애
에이스의 팔꿈치와 맞바꾼 마이애미행… 기적의 8강 뒤에 숨은 위대한 헌신
"홈런 맞을까 스스로 공 놨다"… 국가대표 마지노선 지킨 손주영의 희생
더그아웃서 쏟아낸 세 번의 눈물… 마음고생 털어낸 마운드의 전우애
에이스의 팔꿈치와 맞바꾼 마이애미행… 기적의 8강 뒤에 숨은 위대한 헌신
[파이낸셜뉴스] 기적이라는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밤이었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올린 류지현호의 쾌거 이면에는, 태극마크의 무게를 기꺼이 짊어진 한 구단의 묵묵한 희생이 자리하고 있다. 병역 혜택이라는 뚜렷한 보상이 없는 WBC 무대에서 기꺼이 팀의 심장들을 내어준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의 헌신이 없었다면, 도쿄돔의 눈물바다는 애초에 허락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통상적으로 WBC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달리 병역 혜택이 없어 각 구단 입장에서는 주력 선수들의 차출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대회다. 당장 다음주가 시범경기인데 다치기라도 하면 정규시즌 구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 구성 과정에서 과거와 같은 팽팽한 줄다리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 중심에는 "국가대표팀에 최대한 많은 선수가 가면 팀에도, 한국 야구에도 좋은 일"이라며 대승적인 차원에서 선수들을 독려한 염경엽 LG 감독의 결단이 있었다.
실제로 LG는 이번 대표팀에 무려 7명의 핵심 전력을 파견했다. 심지어 삼성 원태인이 부상으로 낙마해 마운드에 비상이 걸렸을 때, 대체 선수로 합류한 이 역시 LG의 마무리 유영찬이었다.
LG는 올해 구단 역사 최초로 통합 2연패를 노리는 팀이다. 그런데도 구단의 이기주의를 내려놓고 한국 야구의 대의를 따른 셈이다.
이러한 LG의 헌신은 운명의 호주전에서 가장 극적이고도 가슴 아픈 장면으로 연출됐다. 팀의 핵심 선발 자원이자 대표팀의 명운을 짊어지고 선발 등판한 손주영의 부상 강판이었다. 1회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손주영은 2회초 마운드에서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자진해서 공을 내려놓았다.
경기 후 손주영은 "던질 수는 있었지만 100% 구위가 아니었다. 내 욕심으로 구위가 떨어져 홈런이라도 맞고 3점 이상을 내주면 그대로 끝나는 경기였기에 고집부릴 일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팔꿈치 상태보다 국가대표팀의 '마지노선 2실점' 조건을 먼저 생각한 처절한 희생이었다.
마운드를 일찍 내려온 에이스의 마음은 지옥과도 같았다. 최고참 노경은이 급하게 올라와 2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아 주는 모습을 보며 손주영은 더그아웃에서 계속 기도를 올렸다.
"내가 2이닝은 책임졌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는 그는 결국 경기가 끝난 뒤 세 번이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9회 조병현이 힘겹게 막아내는 순간, 8강이 확정된 순간, 그리고 라커룸에 들어선 순간이었다.
손주영은 "고우석, 류현진 선배, 곽빈, 김영규, 김택연 등 마운드에서 고전했던 투수들 모두가 부둥켜안고 울었다"며 도쿄돔 지하 통로의 벅찬 감동을 전했다.
LG 트윈스 팬들의 가슴은 타들어 갈 수밖에 없다. 정규시즌의 명운을 쥔 핵심 선발 투수가 국가의 부름을 받고 나갔다가 팔꿈치 부상으로 조기 귀국길에 올랐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뼈아픈 희생과 눈물이 있었기에 대한민국 야구는 17년 묵은 체증을 날려버리고 마이애미행 전세기에 오를 수 있었다.
태극마크를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한 LG 트윈스의 대승적 결단,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 보여준 손주영의 성숙한 투혼은 이번 WBC 8강 진출의 가장 위대하고도 눈물겨운 밑거름으로 한국 야구사에 기록될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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