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영 낙마에 오브라이언 고사… 1명 부족한 '마이너스 엔트리'
"선수 보호가 먼저다" 문동주 콜업에 단호히 선 그은 류지현 감독
14일 8강전 1조 원 도미니카와 혈투… 타선 핵심 김혜성은 '청신호'
"이탈리아가 미국 잡는 게 야구" 잃을 게 없는 류지현호의 정면 돌파
"선수 보호가 먼저다" 문동주 콜업에 단호히 선 그은 류지현 감독
14일 8강전 1조 원 도미니카와 혈투… 타선 핵심 김혜성은 '청신호'
"이탈리아가 미국 잡는 게 야구" 잃을 게 없는 류지현호의 정면 돌파
[파이낸셜뉴스] 17년 만에 밟은 8강의 땅 마이애미. 전세기의 달콤한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 야구대표팀 류지현 감독의 눈빛은 다시 매섭게 빛나기 시작했다. 기적을 뚫고 올라온 대가로 마주한 현실은 차갑고 냉혹하지만, 류지현호는 핑계를 대는 대신 부상으로 낙마한 제자의 투혼을 가슴에 품고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대표팀의 마이애미 입성과 동시에 가장 시급했던 과제는 단연 좌완 에이스 손주영(LG 트윈스)의 대체 선수 발탁이었다. 호주전에서 팔꿈치 통증을 참고 던진 손주영은 정밀 검진 결과 좌측 팔꿈치 회내근 염증 및 부종으로 열흘간 투구를 쉴 수밖에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결국 손주영은 마이애미행 비행기에 오르지 못한 채 국내에 남아 치료를 받게 됐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속에서도 류지현 감독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을 보여줬다. 당장 구위가 좋은 영건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콜업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에 류 감독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문동주는 이제 청백전에서 던지기 시작했다. WBC는 투수들이 빌드업(정상 투구를 위한 컨디션 조절 과정)을 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하며, "자칫 잘못하면 선수의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선수의 미래를 먼저 보호했다.
류 감독의 시선은 미국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을 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종아리 부상에서 회복해 최근 시범경기에 나섰던 오브라이언은 11일 뉴욕 메츠전에서 ⅔이닝 동안 4개의 볼넷을 내주며 제구에 심각한 난조를 보였다. 스스로 100%의 컨디션이 아니라고 판단한 오브라이언은 "현재 상태로는 대표팀에 큰 보탬이 될 수 없다"며 류 감독의 합류 요청을 정중히 고사했다. 당장 14일이 8강전인데, 비행시간과 시차 적응을 고려하면 국내 KBO리그 투수를 새롭게 부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한국 야구대표팀은 절체절명의 8강전에서 투수 1명이 부족한 '마이너스 엔트리'로 세계 최강 도미니카공화국과 맞서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에 수적 열세까지 더해진 첩첩산중이다.
하지만 마이애미에 짐을 푼 대표팀의 분위기는 결코 어둡지 않다. 다행히 대만전에서 손가락을 다쳤던 타선의 핵심 김혜성(LA 다저스)이 출전에 문제가 없다는 청신호를 켰고, 무엇보다 선수단의 투지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류 감독은 전 세계 야구계를 발칵 뒤집은 '이탈리아의 미국 제압'을 언급하며 다윗의 반란을 예고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미국을 꺾은 것처럼, 단기전인 WBC에선 언제든 변수가 작용한다. 쫓기는 중압감은 결코 우리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투수 1명이 부족한 팍팍한 마운드지만, 도쿄돔에서 팔꿈치를 바쳐가며 8강 진출의 마지노선을 사수했던 손주영의 헌신과 간절함이 대표팀 29인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잃을 것 없는 류지현호의 '낭만 야구'가 우주 방위대 도미니카공화국을 상대로 어떤 기적의 돌팔매를 던질지, 1천만 야구팬들의 가슴이 다시 벅차오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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