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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억에 내놨다 78억으로 낮췄어"...강남 집부자들의 딜레마

최아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5 07:00

수정 2026.03.15 07:00

문의는 있지만 거래는 드물어
급매 등장에도 가격 협상 난항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하며 눈치만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 매물 정보란에 급매 정보가 적혀 있다. 사진=최아영 기자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 매물 정보란에 급매 정보가 적혀 있다. 사진=최아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최근 신현대 아파트 50평형이 76억원에 거래됐습니다. 이를 본 다른 평형의 매물 주인은 원래는 못해도 85억원은 받겠다고 했지만 거래 소식을 듣고 78억원까지는 팔겠다고 했다가 다시 번복을 하셨습니다. 거래 상황에 따라 계속 마음이 바뀌시는 거죠." (강남구 압구정동 A공인중개사)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계속되며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를 중심으로 고가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강남 상급지 아파트의 가격 조정 흐름이 계속될지 주목된다.

지난 13일 찾은 강남구 압구정동 중개사무소들은 한산한 모습이었으나, 드문드문 매수 문의가 이어졌다.

일정 가격 이하로 떨어질 경우 연락을 달라는 매수 대기자들의 요청 연락이었다. 인근의 B공인중개사는 "지난 주에 급매 거래가 일부 체결됐다"며 "다만 매도자들은 연락을 드려도 가격을 더 내리겠다고 하진 않는다. 내리느니 거두겠다는 분도 계신다"고 설명했다.

오는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급매물이 등장하며 강남3구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수급 동향자료에 따르면 서울 동남권(서초·강남·송파·강동구) 매매수급지수는 3월 둘째주(9일 기준) 98.6을 기록했다. 이는 2024년 하반기 대출 규제와 탄핵 정국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며 매수 심리가 크게 위축됐던 지난해 2월 첫째주(9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실제로 강남구의 매물은 지속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매물은 1만44건으로 집계됐다. 한달 전인 8729건과 비교하면 1315건(15.1%) 증가한 수치다. 강남구의 C공인중개사는 "기존보다 10억 이상씩 가격이 내려간 급매물들이 다수 있지만 매수자들은 더 낮은 가격을 기대하고 있다"며 "급매물 소화가 잘 이뤄지진 않는다"고 전했다.

서초구도 비슷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었다. 매수자들은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급급매'를 기다리나, 매도자들은 더 내리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초구 반포동의 D공인중개사는 "거래가 많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매도자도 매수자도 시장을 계속 지켜보고 있다"며 "신고가 거래는 다주택자 규제 발표 이전에 거래된 건들로, 3월부터 4월 초까지의 거래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매도·매수자 간 눈치 싸움이 지속되며 매물의 가격이 자주 바뀌자 일부 공인중개사에는 수기로 작성된 매물 정보들도 등장했다. 거래 소식이나 실거래가가 공개되면 호가 변동에 대한 문의들이 잦아지는 탓이다.
송파구의 E공인중개사는 "거래 소식에 따라 가격을 낮추거나 높이려는 문의가 잦다"며 "그럼에도 매수자들은 추가 하락을 기다리고 있는 분위기"라고 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