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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번 몸값만 1조 원? '팀 OPS 1.130' 우주방위대 만난 한국 마운드의 운명 [2026 WBC]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2 18:00

수정 2026.03.12 18:00

소토·마차도 포진… 몸값 '1조 원' 쉬어갈 곳 없는 우주 방위대
4경기 41득점·OPS 1.130… 마운드 덮치는 폭력적 타격 지표
대체 카드 불발… 투수 '1명 부족한' 류지현호의 잔혹한 현실
결국 믿을 건 류현진?… 벼랑 끝 마운드 구원할 '베테랑의 관록'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기적의 여운은 짧고, 눈앞에 닥친 현실은 차갑도록 거대하다.

17년 만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 마이애미행 전세기에 오른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이 마주한 상대는 '야구 게임에서나 조작할 법한' 비현실적인 군단, 도미니카공화국이다. 오는 14일 오전 7시 30분(한국시간)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리는 이 단판 승부는 말 그대로 다윗과 1조 원짜리 골리앗의 혈투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전력, 특히 타선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다. 사령탑부터가 메이저리그(MLB) 통산 703홈런의 살아있는 전설 앨버트 푸홀스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불러 모은 라인업을 보면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최근 오타니 쇼헤이를 넘어 15년 7억 6500만 달러(약 1조 원)라는 MLB 역대 최고액 신기록을 쓴 후안 소토를 필두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 매니 마차도까지. 각 소속팀에서 중심 타선을 책임지는 1옵션 슈퍼스타들이 도미니카공화국 유니폼을 입고 1번부터 9번까지 촘촘하게 박혀 있다. 말 그대로 투수가 숨을 고르며 '쉬어갈 타순'이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이름값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도미니카공화국이 남긴 공격 지표는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조별리그 4경기에서 무려 41점을 뽑아내며 경기당 평균 두 자릿수 득점(10점 이상)을 훌쩍 넘겼다. 팀 홈런은 13개로 출전국 전체 1위이며, 타율(0.313)과 타점(40개)은 물론 득점 생산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팀 OPS(출루율+장타율)가 무려 1.130에 달한다. KBO리그에서도 특급 타자의 상징이 OPS 0.900임을 감안하면, 팀 전체가 KBO리그 MVP급 타격감을 뿜어내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무시무시한 핵타선을 상대해야 할 한국 마운드의 살림살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호주전 자진 강판의 투혼을 보여준 좌완 선발 손주영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160km의 강속구를 앞세워 대체 카드로 유력했던 한국계 빅리거 라일리 오브라이언의 합류마저 최종 불발됐다. 오브라이언은 부상에서 갓 회복한 현재의 컨디션으로는 대표팀에 보탬이 될 수 없다며 합류를 정중히 고사했다. 시간적, 물리적 제약 탓에 KBO리그에서 새로운 투수를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은 결국 기존 엔트리에서 투수 한 명이 부족한 '마이너스 전력'으로 우주 방위대를 막아내야 한다.

도미니카공화국의 후안 소토가 12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D조 4차전 베네수엘라와의 경기 1회초 2점 홈런을 치고 있다.뉴시스
도미니카공화국의 후안 소토가 12일(한국 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D조 4차전 베네수엘라와의 경기 1회초 2점 홈런을 치고 있다.뉴시스

베네수엘라전 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연합뉴스
베네수엘라전 득점 후 세리머니하는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들.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단.연합뉴스
도미니카공화국 선수단.연합뉴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시선은 결국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류현진의 왼팔로 향한다. 현재 대표팀 마운드에서 MLB 경험이 가장 풍부하고, 도미니카공화국의 괴물 타자들을 직접 상대해 본 요령을 아는 투수는 그가 유일하다. 과거 마이애미 론디포파크 마운드에 서본 경험까지 갖춘 류현진은 특유의 칼날 제구와 노련한 완급조절로 거포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선봉장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

물론 야구공은 둥글다.
호주 타선의 거센 힘을 2실점으로 틀어막고 바늘구멍 같은 8강행 티켓을 거머쥔 한국 투수들의 저력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도미니카공화국의 거포들도 MLB 무대에서 분명한 약점을 노출해 왔고, 단기전의 묘미는 바로 그 약점을 얼마나 집요하게 파고드느냐에 달려 있다.


잃을 것이 없는 도전자 한국의 정교한 현미경 야구가, 1조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도미니카공화국의 호쾌한 스윙을 어떻게 요리할지 1천만 야구팬들의 시선이 론디포파크로 집중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