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완패 깨끗한 인정… "세계 최강 도미니카 타선, 벽 높았다"
뼈저린 투수력 한계 지적… "구속 저하 뚜렷, 학생 야구부터 바꿔야"
라스트 댄스 류현진 향한 예우… "가장 모범적이었던 맏형, 고맙다"
"내 임기는 여기까지"… 한국 야구 미래 새 감독에게 맡긴 담담한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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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기는 여기까지"… 한국 야구 미래 새 감독에게 맡긴 담담한 퇴장
[파이낸셜뉴스] 참혹한 0-10 콜드게임 패배. 무거운 침묵이 흐르는 마이애미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류지현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지만, 그의 입술을 뚫고 나온 첫마디는 변명이 아닌 냉정한 현실 직시와 맏형을 향한 깊은 고마움이었다.
1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8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완패하며 대회를 마감한 류 감독은 덤덤하게 패배를 인정하며 지휘봉을 내려놓을 준비를 했다.
세계의 벽은 확실히 높았다. 류 감독은 "1라운드에서 지난해 우승팀 일본을 만났고, 8강에서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도미니카공화국과 맞붙으며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메이저리그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도미니카공화국의 타선에 대해서는 투수력 이상의 엄청난 압박감을 받았음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와 함께 매번 국제대회마다 반복되는 투수력 문제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류 감독은 KBO리그 내에서 국내 선발 투수가 3~4명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하며, 국제대회 경쟁력을 위해서는 더 많은 토종 선발 투수들이 육성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우리나라 투수들의 구속이 세계 무대에서는 확실히 떨어진다. 학생 야구부터 차근차근 기본기를 다져야 경쟁력 있는 대표팀을 만들 수 있다"며 한국 야구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안고 가야 할 과제를 던졌다.
냉정한 자기반성 끝에 류 감독의 시선이 머문 곳은, 이날 사실상 국가대표 은퇴전을 치른 '영원한 에이스' 류현진(한화 이글스)이었다.
1⅔이닝 3실점으로 패전을 안고 쓸쓸히 퇴장한 노장에게 사령탑은 "고맙다는 이야기를 가장 먼저 하고 싶다"며 진심 어린 예우를 갖췄다. 류 감독은 "작년 2월 국가대표 감독 부임 이후 류현진은 변함없이 태극마크를 열망했다. 성적과 태도 모든 면에서 가장 모범적이었기에 불혹을 앞둔 나이에도 대표팀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고 치켜세웠다. 비록 2회를 온전히 마치지 못한 아쉬움은 남지만, 최고참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마운드에서 혼신을 다한 그의 헌신에 깊은 경의를 표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거취와 대표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철저히 선을 그었다.
이번 WBC 대회를 끝으로 임기가 만료되는 류 감독은 "내 계약은 여기까지다. 이 자리에서 향후 한국 야구의 보강이나 구상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런 부분은 다음 감독이 맡아야 할 몫"이라며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17년 만의 8강 진출이라는 값진 이정표와 콜드게임 완패라는 쓰라린 상처를 동시에 남긴 채, 류지현 감독은 변명 없이 담담하게 마이애미의 불을 끄고 퇴장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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