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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視角] PF 떠넘기기, 방치된 책임준공

이종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5 18:37

수정 2026.03.15 18:56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국장
책임준공은 건설 업계에서 '현대판 노예계약'으로 부른다. 계약서에 명문화된 경우를 제외하고 어떠한 이유로도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 정해진 기간 내에 '사용승인(조건부·임시 제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지키지 못하면 부동산 대출 채무를 시공사가 인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책임준공 먹이사슬 최상단에는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등 대주단이 자리 잡고 있다.

시공사뿐만 아니라 신탁사 역시 기한 내(통상 시공사+6개월 이내)에 사용승인을 받지 못하면 부동산 대출(PF) 채무를 떠안아야 한다.

책임준공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한 것은 지난 2023년부터다. 공사비 폭등에 시장 침체, 비주거 공실 쇼크 등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겹치면서 준공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현장이 속출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임준공은 말 그대로 '독'이 됐다. 시행사는 무너지고 시공사는 부도나고, 신탁사도 휘청거리면서 건설·개발 생태계가 흔들리게 된 것이다.

현장 곳곳에서 들리는 '아우성'과 '비명'에 금융당국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도 대책을 내놓는다. 책임준공 연장 사유를 확대한 '책임준공확약 PF 대출 관련 업무처리 모범규준'을 마련, 지난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바뀐 기준은 이렇다. 종전에는 책임준공 면책 사유로 '천재지변·내란·전쟁'만 가능했다. 원자재 수급불균형, 법령 제·개정, 전염병·태풍·홍수·폭염·한파·지진 등도 연장 사유에 포함된 것이다. 연장 기간 상한은 90일이다. 또 '문화재·오염토 발견'의 경우 당사자 간 사전에 연장 여부와 기간 등을 협의해 계약서에 반영하도록 했다.

얼핏 보면 노예계약 문제가 해결된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PF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새 기준은 말 그대로 '새 기준'일 뿐이다. 현재 옛 기준으로 체결된 책임준공 계약에 따른 대주단의 과도한 채무 떠넘기기가 현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고양시의 한 물류센터 시공사는 인허가 지연에 화재까지 겹쳤는데, 대주단은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서 PF 전액 인수를 요구하고 있다. 모 신탁사는 책준기한을 단 하루 초과했는데 대주단이 전액 배상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옛 기준에 의하면 천재지변, 전쟁, 내란을 제외하고는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PF를 떠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시공사와 대주단이 합의해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대주단 입장에서는 일정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출을 담당한 직원 입장에서는 PF 인센티브가 깎이거나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시공사 등의 요구에 동의해줄 리 만무하다. 금융권 PF팀은 일반 직원과 달리 인센티브제로 운영되고 있고, 대주단에는 여러 금융권이 얽혀 있다.

설상가상으로 책임준공 분쟁을 키울 변수마저 등장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지만 그에 따른 안전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파업'도 책임준공 면책 범위에 포함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제외됐다. 건설 현장은 다수의 하청 업체와 협력사가 얽혀 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곳곳에서 노사갈등 격화에 따른 공기 지연은 예견된 일이다. 협력업체의 노조 파업으로 인한 책임을 시공사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책임준공 분쟁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과거 기준이라며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있고, 국토부는 소관 업무가 아니라며 관심을 안 갖고 있다"며 "정부가 자율조정에 맡기지 말고 강제적인 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PF 채무 떠넘기기는 주택 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방치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현장·업계의 목소리이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