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미국의 '제조업으로의 회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소재가 바로 알루미늄이다.
중국과 디커플링 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한 미국 기업들은 매년 알루미늄 판재 200만t이 부족할 것에 대비해 빠르게 움직여 왔다. 2022년 세계 1위 알루미늄 압연기업 노벨리스는 연간 60만t 증설 계획을 발표하고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철강기업인 스틸 다이내믹스는 알루미늄 다이내믹스를 신설하고, 같은 해 연간 65만t 생산계획을 발표한 뒤 공장 신축에 들어갔다. 북미 최대의 1차 알루미늄 생산기업 센추리 알루미늄은 UAE 국영기업 EGA와 합작해 알루미늄 제련소를 짓고 있다. 연 75만t 생산 규모보다 더 이목을 끄는 것은 50년 만에 처음 미국 내에 지어지는 제련소란 점이다. 과거 경제 논리로 해외에 이전했던 기초 산업소재 생태계 조성을 안보적 관점에서 다시 자국 영토 안으로 끌어들이는 '생태계 내재화'의 현장인 셈이다.
반면 국내에는 고부가 알루미늄 판재 생산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다. 미국, 중국, 일본, 독일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을 보유한 나라 가운데 자동차용 알루미늄 판재 생산기업이 전무한 국가는 한국뿐이다. 또한 방산, 우주항공 기업들도 10년 넘게 알루미늄 판재 국산화를 호소해 왔다. 현재와 같이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는, 분절된 공급망 시대에 언제든 우리 산업을 멈춰 세우며 동시에 안보 위험에 노출되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이제 알루미늄 생태계를 국가 전략 차원에서 다시 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글로벌 공급망의 판도를 바꿀 결정적 '기술 자산'이 준비돼 있다. 우수한 알루미늄 판재를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천기술 보유국이 바로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알루미늄 판재 공급망 구축, 소재-중간재-부품-재활용으로 이어지는 내재화 전략이 필요하다.
철이 내연기관 시대의 굳건한 뼈대를 세웠다면, 알루미늄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근육이자 날개다. 또한 우주항공, 로봇, 방산 등 우리가 꿈꾸는 미래산업 역동성의 기반이다. 더 높이, 더 멀리 날기 위해 대한민국이 직접 벼려낸 '알루미늄 날개'를 달고, 기술 강국을 넘어 다시 소재 강국으로 당당히 비상해야 할 때다.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상목 한국생산기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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