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내가 먹는 약, 나도 몰랐다”...1분 만에 확인해보니 [후기자들]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19 06:00

수정 2026.03.19 06:00

[파이낸셜뉴스] 동네 병·의원을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듣는 질문이 있다.

“지금 드시고 있는 약 있으세요?” 너무 익숙한 질문이라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지만, 막상 답하려고 하면 순간 머릿속이 하얘진다. “아…뭐였지?” 약 이름은커녕 언제 먹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의료인이거나 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정확히 답하기란 쉽지 않다.

젊을 때는 그나마 간단하다.

특별히 복용 중인 전문의약품이 없다면 “없습니다”라고 답하면 끝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상황은 달라진다. 혈압약, 당뇨약, 관절약 등 하나둘씩 약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약을 챙겨 먹는 것’ 자체가 일상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약은 늘어나는데 정작 내가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는 점점 더 모르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의 실제 이용 장면. 사진=강중모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의 실제 이용 장면. 사진=강중모 기자

최근 감기와 치통이 겹쳐 병·의원을 연달아 방문하면서 이 질문을 또 받았다. 그때 문득 ‘내가 먹는 약을 한 번 제대로 확인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직접 이용해봤다.

접속 과정은 예상보다 훨씬 간단했다. 심평원 홈페이지나 ‘건강e음’ 앱에 들어가 해당 메뉴를 누르고, 카카오톡 간편인증을 진행하니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복잡한 절차 없이 바로 조회 화면으로 넘어갔다. 디지털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인 구조였다.

조회 결과를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생각보다 많은 병원 방문 기록’이었다. 최근 1년 사이 병원을 네 차례나 찾았다는 사실이 한눈에 확인됐다. 체감으로는 두번 정도였던 것 같은데 기록이 훨씬 더 정확했다. ‘기억보다 데이터가 낫다’는 말이 실감났다.

더 인상적이었던 건 정보의 구체성이었다. 단순히 병원 방문 이력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어떤 병원에서 처방을 받았고 어떤 약국에서 조제를 했는지까지 모두 나왔다. 여기에 처방된 의약품의 제품명, 약효분류, 약품코드, 1회 투약량, 투여 횟수, 총 투약일수까지 상세하게 정리돼 있었다. 평소라면 약봉투를 일일이 펼쳐봐야 알 수 있는 정보가 한 화면에 정리돼 있는 셈이다.

특히 여러 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는 경우라면 이 서비스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의료진 입장에서도 환자가 복용 중인 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환자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면 결국 제한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서비스는 그런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실제로 화면을 보면서 ‘이걸 그대로 보여주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인증 절차 이후 바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편리하다. 사진=강중모 기자
해당 QR코드를 통해 접속하면 인증 절차 이후 바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 편리하다. 사진=강중모 기자

이 서비스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와 연계돼 있어 본인 인증만 하면 처방 이력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2016년에는 최근 3개월 조회 기능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이용 편의성이 크게 개선됐다. 특히 모바일 간편인증 도입 이후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지난해부터는 대국민 서비스로 본격 확대됐다.

심평원이 제공하는 QR코드를 휴대폰 카메라로 찍으면 별도의 앱 설치 없이도 바로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식이다.

서비스 개발에 참여한 스마트솔루션 정재칠 대표는 “약물 오남용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많은 국민들이 이 서비스를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심평원 역시 “DUR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별 투약 이력과 알레르기·부작용 정보를 제공해 국민 건강 관리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직접 이용해보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왜 더 빨리 알지 못했을까’였다.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약물 오남용이나 중복 처방을 예방하는 데에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라면 사실상 필수적인 서비스에 가깝다.
이 서비스의 남은 과제는 기능이 아니라 인지도를 높이는데 있을 것 같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