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제주현대미술관 1평 미술관서 박한나 개인전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2 09:13

수정 2026.03.22 09:13

‘태양의 소실점에서’ 24일 개막
자연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 묻는다
야외 유휴공간 활용한 소규모 전시
흙 주머니·카메라 옵스큐라 장치 선보여
박한나 개인전 ‘태양의 소실점에서’ 포스터. 제주현대미술관은 야외 유휴공간을 활용한 1평 미술관에서 자연과 인간의 시선을 주제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박한나 개인전 ‘태양의 소실점에서’ 포스터. 제주현대미술관은 야외 유휴공간을 활용한 1평 미술관에서 자연과 인간의 시선을 주제로 한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현대미술관이 야외 유휴공간을 활용한 ‘1평 미술관’에서 박한나 작가 개인전 ‘태양의 소실점에서’를 연다. 자연을 붙잡고 해석하려는 인간의 시선과 자연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한 공간에서 만나는 전시다.

제주현대미술관은 24일부터 9월 13일까지 1평 미술관에서 박한나 작가의 ‘태양의 소실점에서’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작은 공간 안에 사유의 밀도를 높였다. 1평 미술관은 제주현대미술관이 야외 유휴공간을 활용해 운영하는 소규모 전시 공간이다.

대형 전시실과 달리 관람 동선을 압축하고, 작가가 던지는 질문을 보다 가까이서 마주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한나 작가는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복합적인 태도를 작업으로 풀어왔다. 대상을 관찰하고 포착하고 통제하려는 욕망과 자연의 순리를 기다리며 받아들이는 태도가 충돌하는 지점을 전시 언어로 구성한다.

전시 제목인 ‘태양의 소실점에서’도 같은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 소실점은 멀리 뻗은 선이 한 점으로 모여 보이는 지점을 뜻한다. 작가는 이 개념을 빌려 자연을 마음대로 다루려는 생각이 멈추는 경계, 그리고 빛과 시선이 다시 만나는 지점을 제시한다. 관람객은 긴 통로의 끝에서 빛이 모여드는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전시는 자연을 설명하거나 미화하는 방식보다 자연 앞에 선 인간의 태도를 되묻는 데 무게를 둔다.

핵심 장치는 두 가지다. 하나는 통로에 놓인 ‘흙 주머니’다. 흙 주머니는 인위적으로 다듬고 꾸미기보다 기다림의 시간을 선택하게 만들며 자연의 생명력을 환기한다. 다른 하나는 암실에 구현된 ‘카메라 옵스큐라’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작은 구멍을 통해 바깥 풍경이 어두운 공간 안에 거꾸로 맺히게 하는 광학 장치다. 사진기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뒤집힌 풍경을 통해 우리가 익숙하게 믿어온 시선과 인식의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장치로 쓰인다.

전시가 던지는 질문도 분명하다. 무엇을 보았는가보다 어떤 태도로 세계를 바라보고 있었는가를 묻는다. 어둠 속 뒤집힌 풍경과 흙의 흔적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관람객은 결과 중심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나게 된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환경보호 구호나 감상적 풍경으로 다루지 않는다. 관찰과 보존, 개입과 기다림, 욕망과 수용이 한 공간 안에서 긴장하는 상태를 보여준다.
제주현대미술관이 청년 작가의 실험적 작업을 1평 미술관이라는 작은 형식 안에 담아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