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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의료, 병원 대체 아닌 '통합'…비용 절감 속 유럽서 새바람

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7:38

수정 2026.03.23 18:31

코로나19 이후 확산 일로
유럽연합(EU)의 지원을 받는 50개 유럽 스타트업들이 한국을 찾았다. 지난 19일부터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EU 비즈니스 허브 - KIMES 2026'가 개최됐다. 이번 행사에는 헬스케어·의료기기·디지털 솔루션 분야의 유럽 기업들이 참여해 최신 기술들을 선보였으며, 한국 기업들과의 사업 협력 확대 가능성을 타진했다. 20일 본지는 이들 가운데 AI 의료 진단 기업 '플럭스 바이오시그널스'와 '메디컬고리드믹스', 비대면·원격 의료 기업 '넷 메디케어', 그리고 의료 현장에서의 AI 교육 솔루션 기업 '셀렉시' 4개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마르코 크리미 넷 메디케어 창립자 겸 이사.사진=홍채완 기자
마르코 크리미 넷 메디케어 창립자 겸 이사.사진=홍채완 기자
[파이낸셜뉴스] 유럽에서 원격의료 확산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이탈리아 기업 넷 메디케어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에 대한 제도와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이 기업은 원격의료가 병원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대면 진료와 결합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며, 고령화와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향후 의료 시스템 변화의 핵심 축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20일 마르코 크리미 넷 메디케어 이사와의 일문일답.

"환자 아닌 병원이 고객"…플랫폼·데이터·AI로 확장된 원격의료
―회사의 주력 사업과 역할은 무엇인가.

▲넷 메디케어는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플랫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약 10년 전 환자 대상 원격의료 서비스로 시작했으며, 코로나19 이후 병원과 임상기관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재는 병원·클리닉을 고객으로 하는 B2B 중심 모델로 전환했다.

현재는 고객사 브랜드에 맞춰 적용 가능한 화이트라벨 원격의료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으며, 서로 다른 데이터셋·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미들웨어 소프트웨어를 통해 유럽 의료 데이터 표준인 HL7 FHIR에 맞지 않는 데이터를 표준에 맞게 변환한다. 여기에 더해,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해 의료진의 임상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을 지원하기도 한다.

―B2B로 전환한 거면, 현재 일반 소비자가 직접 사용하는 서비스는 아예 없나.

▲초기에는 환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현재는 병원과 클리닉이 고객이다. 환자는 최종 사용자지만 비용을 우리 기업에 직접 지불하지는 않는다. 환자에게 비용을 부과할지 여부 역시 의료기관이 결정한다. 즉 환자는 서비스의 수혜자이고, 실제 고객은 의료기관이다.

"대체 아닌 통합"…유럽 원격의료, 팬데믹 거치며 제도화
―한국처럼 유럽에서도 원격의료 도입 과정에서 의사들의 반발이 있었나.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상황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부 의사들의 저항이 있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과 영국은 원래 디지털 헬스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지만, 다른 국가들은 팬데믹을 계기로 원격의료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 이후 EU 집행위원회가 보건 분야 디지털화를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관련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됐다. 지금은 원격의료가 적합한 상황이라면 이를 활용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다.

―유럽에서 원격의료는 어느 범위까지 허용되고 있나.

▲모든 진료가 원격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최초 진단처럼 대면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추적 관찰이나 만성질환 관리처럼 대면이 필수적이지 않은 영역에서는 원격의료가 매우 적합하다. 핵심은 대면 진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적합한 임상 환경에서 디지털 솔루션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다.

―오진이나 중증 질환 발견 지연에 대한 우려는 없나.

▲핵심은 인증된 기기와 솔루션을 사용하는 것이다. 유럽은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에 대해 매우 강한 인증과 규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버보안, 임상시험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임상적으로 검증돼 규제를 충족한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원격의료 기기는 병원 중심인가, 가정에서도 활용 가능한가.

▲현재는 주로 의사나 병원의 판단에 따라 사용된다. 다만 기술 발전이 빠른 만큼 향후에는 환자가 가정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소형 기기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비대면 진료 이후 처방은 어떻게 이뤄지나.

▲이탈리아의 경우 보건당국이 운영하는 포털이 있으며, 의사가 전자처방을 입력하고 디지털 서명을 하면 약국이 환자 정보를 통해 이를 확인하고 약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원격의료의 미래…고령화·의료비 부담 속 역할 확대
―앞으로 원격의료 확산이 병원의 역할을 어떻게 바꿀 것으로 보나.

▲환자를 더 빠르게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진단과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를 강화할 것이다. 다만 원격의료는 병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운영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면과 원격이 각각 50% 수준으로 결합된 모델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도농 간 의료격차가 심각한 상황에서 인구 고령화가 농촌에 집중된 게 한국에서 큰 문제인데, 유럽도 비슷한 상황인가. 이 문제를 원격의료가 해결할 수 있을 거라 보는가. 원격의료를 활용하려면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 사용에 능숙해야 할 텐데, 유럽에선 관련 대응 방안이 잘 마련돼 있는지.

▲그렇다. 이탈리아는 일본 다음으로 고령화가 심한 국가다. 원격의료는 지역 간 의료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다만 유럽도 현재는 과도기라 농촌의 의료 인프라가 아직은 열악하다. 고령층의 디지털 활용 능력보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산간·도서 지역의 인터넷 인프라 부족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연결망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EU 집행위원회의 자금이 농촌 지역의 디지털화와 인프라 개선에도 투입되고 있다. 각국 정부와 EU 차원의 지원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의료 시스템에 있어서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 거라고 보나.

▲의료 비용 절감이 핵심이 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건의료는 막대한 공공재정을 소모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whywani@fnnews.com 홍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