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트럼프 초토화 데드라인 '오전 8시 44분'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3:52

수정 2026.03.23 13:52

트럼프 "48시간 내 개방 안 하면 초토화" 美 해병대 중동 급파 '하르그섬 투입 임박설' 이란 "전면 폐쇄" 강대강 충돌 치솟는 유가·전비 청구서에 쪼개진 워싱턴 나토·한국 등 22개국 호르무즈 통항 위해 결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용 헬기에 탑승하기 앞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48시간 최후통첩' 시한이 임박하면서 중동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이란의 발전소 등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초토화하겠다는 미국의 경고에 이란은 해협 전면 폐쇄와 보복 타격으로 맞서며 양국은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4주 차를 맞은 미국·이란 전쟁은 미 정치권의 분열과 북서대양조약기구(나토)를 위시한 22개국 다국적 연합군의 결집 등 국제전으로 비화할 조짐도 보인다.

■美 "최후통첩" vs 이란 "해보든지"
트럼프가 설정한 48시간의 시한 만료 시점은 한국시간으로 24일 오전 8시 44분(미 동부시간 23일 오후 7시 44분)이다. 트럼프는 전날 "만약 이란이 지금 시점으로부터 48시간 이내에 아무런 위협 없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가장 큰 발전소를 시작으로 이란의 각종 발전소를 공격해 초토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도 폭스뉴스에 출연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통제하는 가스 화력발전소와 기타 유형의 발전소가 잠재적 표적"이라고 적시했다.

군사적 압박도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헬리콥터와 F-35 전투기, 해안 강습용 장갑차의 지원을 받는 보병대대 상륙팀 등 수천명 규모의 미 해군·해병대 병력이 중동으로 향하고 있으며, 제11 해병 원정단의 배치도 앞당겨졌다. 이와 관련해 익명의 이스라엘 당국자는 워싱턴포스트(WP)에 "그 해병대원들은 장식용으로 오는 게 아니다"라며 "이들의 이동은 호르무즈 해협이나 이란의 핵심 석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에 대한 지상군 투입을 염두에 둔 트럼프의 정치적 출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즉각 결사항전의 뜻을 밝혔다. 이란은 공격받을 시 페르시아만 내 미국 관련 에너지 시설, 정보기술(IT) 시설, 해수 담수화 인프라를 동시 타격하겠다며 확전을 벼르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란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다는 환상은 역사를 창조하는 나라(이란)의 의지를 거스르려는 발악"이라며 "협박과 테러는 우리의 단결을 강화시킬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란군을 통합 지휘하는 중앙군사본부 하탐 알안비야의 에브라힘 졸파가리 대변인도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테헤란 시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테헤란 시내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美 목표 변경 '출구 찾기'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당초 목표였던 이란 신정 체제 전복과 잔존 핵역량 제거는 단기간 내 달성이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미 당국은 유가 안정과 협상 지렛대 확보를 위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로 전쟁의 목표를 슬그머니 수정하는 모양새다. AP통신은 "트럼프가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에 돌입한 뒤 해답을 찾으려는 변덕스러운 전략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유가와 전쟁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치솟자 11월 선거를 앞둔 미 정치권은 분열하고 있다.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은 "(전쟁을) 몇주 더 계속하고 그들이 석유를 생산하는 모든 자원이 있는 하르그섬을 장악해야 한다. 이란 정권이 스스로 쇠퇴하도록 둬야 한다"고 트럼프에게 주문했다. 반면 같은 당 톰 틸리스 상원 의원은 국방부의 2000억달러(약 300조원) 전쟁 자금 요청을 비판하며 "당신들이 일을 만들어 놓고 다른 이들이 떠맡을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강성 지지층이던 조 켄트 전 국가대테러센터(NCTC) 소장 역시 전쟁에 반대하며 사임한 뒤, 미군의 하르그섬 투입 시나리오는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연합뉴스

■"호르무즈 열어라" 22개국 결집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미국과 동맹국들은 결속을 다지고 있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 재개를 위해 나토 회원국과 한국, 일본, 호주 등 22개국이 결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뤼터는 이들 국가가 "무엇이 필요한지, 언제 필요한지, 어떻게 이를 함께 할 것인지를 진행하고, 시기가 무르익는 즉시 이를 수행해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자유로운 항행을 확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없다면 나토는 종이호랑이"라는 트럼프의 압박에 부응하기 위한 동맹국들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뤼터는 과거 북한이 대화 중 핵 능력을 고도화한 사례를 거론하며 "이란이 미사일 능력과 함께 핵 능력을 갖게 된다면 그것은 이스라엘, 지역, 유럽, 세계의 안정에 대한 직접적이고 실존적인 위협이 될 것"이라며 선제적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한편 현재까지 이란 측 사망자는 어린이 208명을 포함해 약 1500명, 레바논 측 최소 1029명, 미군 13명, 이스라엘 최소 19명으로 집계됐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