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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월권·부실 우려 '특사경', 전문성 키워야 신뢰 얻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4 18:29

수정 2026.03.24 19:07

지방정부, 노동감독관 1800명 선발
엄격한 교육과 선발로 신뢰 높여야
지방 광역자치단체가 노동 분야 특별사법경찰인 노동감독관을 선발해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을 감독하게 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7월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찾아 작업 환경을 점검하는 모습.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시스
지방 광역자치단체가 노동 분야 특별사법경찰인 노동감독관을 선발해 상시 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을 감독하게 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7월 30일 경기 화성시 쿠팡 동탄물류센터를 찾아 작업 환경을 점검하는 모습. (고용노동부 제공) /사진=뉴시스
올 11월부터 지방 광역자치단체가 노동 분야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인 노동감독관을 선발해 상시근로자 30인 미만 사업장을 감독하게 된다. 행정안전부와 고용노동부는 최근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와 협의회를 열어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노동감독 권한의 일부를 지방으로 위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통과된 노동감독관 직무집행법에 따른 것이다.

노동감독관은 노동 관련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는 기업을 상대로 행정처리뿐 아니라 압수수색, 피의자 소환, 송치 등의 사법적 권한을 행사한다. 지금은 이런 노동감독관이 노동부 소속이지만 앞으로는 17개 광역지자체가 새로 선발하는 1800명도 해당 업무를 맡게 된다.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임금체불 등 문제 있는 사업장을 더 효율적으로 감독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제도의 취지와 달리 인력풀이 상대적으로 좁은 지역에서 신규 노동감독관을 대거 선발, 전문적인 감독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19일 공소청 설치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특사경에 대한 검찰의 지휘·감독권이 삭제된 상태다. 신규 노동감독관들이 단기간에 절차적 문제 없이 사건을 처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역 업체와의 유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 노동감독관 제도는 근로감독을 중앙의 통제 아래 두도록 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배치될 소지도 있다.

이 같은 우려는 노동 분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특사경은 환경, 식품, 교통, 금융, 지식재산 등 전문성이 필요한 여러 분야에서 민생사건을 맡고 있다. 중앙행정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2만1000여명의 특사경이 2024년 한 해 동안 송치한 사건만 7만3000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4만6000건은 검찰의 수사지휘 과정을 거쳤다. 전체 특사경의 80% 이상이 경력 3년 미만이고, 대부분이 순환보직을 하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수사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실제 특사경의 부실수사 문제는 수차례 드러난 바 있다. 대검찰청이 한 지역의 특사경 업무를 점검한 결과 294건의 부실 사례가 확인됐고, 다른 기관에서 넘겨받은 사건을 등록조차 하지 않은 사례도 200건에 이르렀다고 한다. 검찰의 지휘권이 사라진 상황에서 지역과 기관 소속 특사경이 위법·월권 수사를 하거나 업무에 미숙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부동산감독원에도 특사경을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불법개설 의료기관 수사를 확대해 재정누수를 막고 부동산 시세조종과 담합을 근절하려는 취지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다만 특사경이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는 긍정적 효과를 내지 못하고 부실 처리나 지역 유착 등의 부작용을 낳는다면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특사경을 확대하기에 앞서 전문성과 책임성을 담보할 안전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신규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엄격한 선발기준을 통해 수사역량을 높이고, 중앙정부의 통합 관리·감독 체계를 구축, 지역별 편차와 유착 가능성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무리한 단속이나 과잉수사로 영세사업자와 지역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권한의 범위와 행정절차도 명확히 해야 한다.
특사경이 민생 보호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하려면 권한 확대보다 신뢰 확보가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