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중동發 물류 쇼크, 임계치 돌파 '운임 두 배·납기 올스톱'…"전방위 지원 절실"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5 11:00

수정 2026.03.25 11:00

무역협회, 193개사 469건 물류 애로 접수
운송 중단·운임 급등이 건의사항 절반 넘어
수출기업 물류애로 비상대책반 애로접수 현황. 무역협회 제공.
수출기업 물류애로 비상대책반 애로접수 현황. 무역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한국 수출 현장이 사실상 '물류 마비'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선박이 호르무즈 해협을 돌아 나오지 못하면서 운임은 두 배 넘게 오르고 납기를 맞춰야 할 화물은 대체항에 발이 묶이면서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류비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KITA)는 중동 사태 발발 이후 현재까지 총 193개사로부터 469건의 수출입 물류 애로를 접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접수된 피해 유형을 보면 해상운송 중단·운항 지연이 129건(27.5%), 급격한 운임 상승과 전쟁할증료 부과가 117건(24.9%)으로 합산 비중이 52.4%에 달했다. 이어 선사·항공사의 예약 취소 및 선적 거부(75건), 대체항 강제 하역(71건), 수출입 대금 결제 지연(65건)이 뒤를 이었다.

피해가 운임에서 출발해 물류·금융 전방위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제 중동향 담수화 플랜트 부품을 수출하는 A사(철강·비철금속)는 최근 선사로부터 TEU당 2000달러의 긴급분쟁할증료(Emergency Conflict Surcharge)를 청구받았다. 평소 운임이 1500~2000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갑자기 운임이 두 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심지어 선적 전 대기 중이던 물량에도 할증료가 소급 부과됐다. A사 관계자는 “화주 입장에서 납기 일정을 맞추려면 할증료에 보험료 인상분까지도 일단 선사가 요구하는 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산업용 플라스틱 자재를 생산하는 B사(석유·화학)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기수출 물량이 UAE 코르파칸(Khor Fakkan), 오만 살랄라(Salalah)·소하르(Sohar) 등 대체항에 강제 하역됐다. 화물을 그대로 현지로 운송하려면 내륙운송비를, 창고에 보관하려면 보관료를, 다시 한국으로 돌려보내려면 반송비를 내야 한다. B사 관계자는 "현지 항만 상황, 트럭킹 업체, 비용 등 정보가 깜깜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 한복판에 있는 석유화학 업계의 고통이 심각하다.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이 막힌 데다 유가까지 오르자, 업계는 원가 절감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클러스터인 여수산업단지에 입주해 있는 C사는 현재 수출물량의 절반 이상을 인접한 광양항이 아닌 부산항을 통해 내보내고 있다. 부산항에서는 미주, 유럽, 중동 등으로 나가는 원양 노선이 70여 개나 있지만 광양항은 북미 3개, 유럽 1개, 인도 2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사 물류담당자는 “선사는 물량이 적어 광양항 증편이 어렵다고 하고, 화주는 노선이 부족해 가까운 광양항을 이용하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져있다”라며 “광양항 원양 노선이 늘어난다면 산단 내 기업들의 물류 효율화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활기가 돌 것”이라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사태 발발 직후인 지난 3일 '수출기업 물류애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여수·울산 현장을 직접 방문해 기업 목소리를 수집했다. 이를 토대로 10여 차례에 걸쳐 정부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해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협회는 특히 물류 병목이 1개월 지속되면 해상운임 인상 여파가 3개월가량 이어진다는 점을 근거로, 뒤늦게 피해를 본 기업들이 지원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정부 예산의 선제적 확보를 촉구했다.

석유화학업계 지원방안으로는 △전국 항만 내 위험물 무료 장치기간 연장(3일→5일) △선사의 광양항발 컨테이너 원양노선 증편 유인을 위한 인센티브 예산 증액 등을 요청했다.

한재완 한국무역협회 물류서비스실장은 “주요 기업들의 사례를 종합해 보니 부산항 대신 광양항을 이용한다면 연간 약 840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생존을 위해 1원의 비용이라도 아껴야 하는 석유화학업계를 위해 광양항 활성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협회는 정부와 협력해 중소기업 전용 선복 지원 사업의 조속한 재개 및 현지 대체항 운송 서비스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