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은 전투에서 승리하고, 군수는 전쟁에서 승리한다.” 존 퍼싱 장군의 이 격언은 현대 전장에서 다시금 증명되고 있다. 최근 러-우 전쟁과 중동 전쟁은 첨단 무기 보유 못지않게 이를 지속적으로 운용하고 신속히 복구하는 역량이 승패의 관건임을 보여준다. 이제 전투력은 무기의 스펙을 넘어 정비, 부품, 데이터, 공급망을 아우르는 국방 MRO(유지·보수·정비) 역량에 의해 결정된다.
현대전의 양상은 이미 급변하고 있다.
국방 MRO는 단순한 후방 지원을 넘어선 전략 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시장이다. 무기체계 수출에서도 납품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지는 운영유지와 성능개량 시장, 즉 애프터마켓이 핵심으로 부상했다. 총수명주기비용의 70% 이상이 운영유지 단계에서 발생하는 만큼, 방위산업의 무게중심은 제조에서 서비스와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K-방산이 지속 성장하려면 완제품 수출을 넘어 MRO까지 포괄하는 ‘총수명주기 수출 모델’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한국은 이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K-9 자주포, 함정, 천궁 등 수출 무기체계의 후속 군수지원 경험을 축적해 왔으며, 미국 군용기와 함정 정비 분야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조선·기계·전자·소프트웨어·AI를 망라한 강력한 산업 기반은 설계, 생산, 정비, 성능개량까지 원스톱으로 수행할 수 있는 한국만의 독보적 자산이다. 이는 한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MRO 허브’로 만들 핵심 동력이다.
대외 환경 또한 우리에게 기회의 문을 열어 주고 있다. 미 전쟁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과 정비 역량을 공유하는 ‘지역 유지보수 프레임워크(RSF)’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미 해군과의 MRO 협력은 국내 주요 조선소들의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을 통해 현실화되는 중이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에 이어 최근 HJ중공업까지 미 해군 함정 MRO를 수주하면서, 한국 조선업계는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제 과감한 실행이 필요하다. 병력 감소와 무기체계의 복잡성 증가라는 이중고를 극복하기 위해, 민간의 전문 인력과 기술을 국방 MRO 분야에 더욱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 무기 판매에 정비, 교육 훈련, 기술 이전을 결합한 ‘총수명주기 수출 모델’을 정교화하고, AI 기반 상태기반정비와 3D 프린팅 등 스마트 MRO 기술도 현장에 신속히 안착시켜야 한다. 나아가 창원, 거제, 군산을 잇는 국방 MRO 클러스터를 구축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를 지역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
오는 9월에 열리는 ‘DX-KOREA 2026’은 이러한 비전을 전 세계에 보여줄 중요한 무대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 처음 시도되는 ‘AI 국방 MRO 특별관’은 한국이 무기체계를 잘 만드는 나라를 넘어, 제품의 총수명주기를 책임지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임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방산 수출 경쟁력의 마침표는 안정적인 후속 군수지원에 있다. K-방산 4강의 꿈은 첨단 무기체계 개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국방 MRO 시장을 선점할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방산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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