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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착각한 꿀벌 떼죽음...물주머니로 겨울나기 돕는다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5 14:33

수정 2026.03.25 14:25

농진청 제공
농진청 제공

[파이낸셜뉴스]농촌진흥청이 겨울철 꿀벌 떼죽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통을 감싸는 ‘물주머니’를 개발했다. 벌통 온도변화를 최소화해 들쭉날쭉한 겨울 기온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다. 꿀벌들이 겨울나기 도중 갑자기 따듯해진 날씨를 봄으로 착각해 너무 일찍 활동하다 죽는 경우를 막는 것이다.

성제훈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장은 2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같은 ‘꿀벌 월동 환경 유지 기술’ 2종을 개발했다. 각각 ‘꿀벌 월동 저장고’와 ‘물주머니 활용 보온 기술’이다.

꿀벌의 겨울철 집단 폐사를 막기 위해선 온도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겨울철 낮 기온이 12도 이상인 날이 3일 이상 이어지면 여왕벌은 봄이 온 줄 착각하고 겨울잠에서 깨어 알을 낳기 시작한다. 일벌들도 새끼를 키우기 시작한다. 하지만 다시 기온이 내려가면 꿀벌이 월동 시 동그랗게 뭉치는 봉구가 풀린 상태라 쉽게 얼어 죽는다.

성 원장은 “겨울잠을 자는 일벌의 수명은 150일 정도 되지만 육아 활동을 시작한 일벌은 호르몬 변화로 수명이 40일까지 줄어든다. 이렇게 수명이 짧아진 일벌들이 봄이 오기 전에 죽어버리면서 결국 꿀벌 무리 전체가 붕괴하는 피해가 발생한다”며 “꿀벌 집단 폐사는 양봉 농가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꿀벌의 꽃가루받이 활동에 의존하는 수많은 농가의 생산량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겨울철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에도 벌통 주변의 온·습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물주머니를 개발했다. 일교차가 큰 야외에서 마그네타이트를 넣은 물주머니로 벌통 외부를 감싸는 방식이다. 전기 없이도 고체와 액체, 액체와 고체 상 변화에 따른 열의 흡수·방출을 이용해서 벌통 주변 온도 변화를 줄이는 수동형 온도 안정화 공학 기술이다. 물주머니 포장 비용은 벌통 하나당 최대 3000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물주머니 온도 유지 효과는 밤에 영하로 떨어졌을 때 얼었다가 낮에 녹으며 온도를 완충하는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충북 청주 양봉 농가에 물주머니 기술 적용 결과 기술을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벌통 외부 온도는 평균 15도에서 6도로 절반 이하로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 겨울 기온을 조성해 꿀벌의 월동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올해 가을부터 사용을 희망하는 농가에 기술지원 할 예정이다.

물주머니 포장을 이용한 양봉 벌통의 온도 유지는 농진청이 세계 최초로 시도했다. 성 원장은 “꿀벌이 사라지면 양봉 농가뿐만 아니라 꿀벌의 꽃가루받이로 열매를 맺는 과수 농가까지 큰 타격을 입게 되고, 결국 우리 밥상과 생태계 위기로 돌아온다”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빠르게 보급해 꿀벌을 건강하게 지키고 농업 생태계의 안정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꿀벌 월동 저장고는 저온 환경에서도 실내 습도를 70% 이하로 낮게 유지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냉동기 팬 속도는 낮추고, 공기 순환 팬 속도는 높여서 실내 온도를 5도 안팎으로 유지하며 공기 중 수분을 얼음(성에)으로 만들어 없애는 원리다. 꿀벌이 쾌적하게 겨울잠을 잘 수 있도록 저장고 내부에 마찰 소음이 적은 고효율 모터(BLDC모터)와 3단 공기 정화 필터를 설치했다.
꿀벌 눈에는 보이지 않는 붉은 색 조명을 달아 수면 방해를 최소화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