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주도 35개국 화상회의 참여, 국제 공조 발맞추되 실전 투입은 ‘신중’
유지훈 KIDA 위원 “전력 지원 넘어 정치적 결단 시험대… 일본식 대응 참조"
유지훈 KIDA 위원 “전력 지원 넘어 정치적 결단 시험대… 일본식 대응 참조"
■트럼프의 ‘복합 메시지’와 국제사회의 안보 공조
정부는 최근 프랑스가 주관한 ‘호르무즈 해협 항행 안전 보장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여해 국제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회의는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는 다국적 연대의 틀 속에서 한국의 역할을 탐색하는 자리로 평가된다.
한국군 대표로 참석한 진영승 합참의장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직결된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이번 회의에서 즉각적인 군사 지원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으나, 우리 군은 국제사회 동향을 주시하며 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 나갈 방침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의 압박이 단순한 ‘군사적 수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분석했다.
유 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은 실제 현장의 군사적 필요성을 넘어, 동맹국들이 미국의 요청에 어느 정도의 정치적 결단과 연대 의지를 보이는지 확인하려는 복합적 메시지”라고 짚었다. 즉, 군함 한 척의 파견 여부가 향후 한미동맹의 견고함을 측정하는 척도로 작용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이란식 비대칭 위협’과 작전 운용의 한계점
전문가들은 실제 군사적 개입이 수반하는 위험 요소가 통제 불가능한 수준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형적으로 매우 좁은 수로이며, 이란의 비대칭 전력이 배치된 고위험 구역이다.
유 위원은 특히 이란의 ‘기뢰’ 위협을 강조했다. 그는 “이란이 부설한 기뢰의 종류와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제한적이며, 소해(기뢰 제거) 작전은 고도의 전문성과 상당한 시간을 요하는 임무”라고 설명했다. 또한 드론, 소형 고속정, 대함미사일 등 이란 특유의 비대칭 전력이 좁은 해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습할 경우, 아무리 최첨단 장비를 갖춘 우리 군함이라 하더라도 기동과 방어에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다국적 연합함대를 구성하기 위한 지휘체계 정립, 작전구역 분담, 상호운용성 확보 등 사전 조율 작업이 여전히 부재하다는 점도 실제 파병을 어렵게 만드는 실무적 걸림돌로 지목된다.
■‘일본식 로우키(Low-key)’ 대응과 한국의 전략적 선택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일본의 대응 방식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전후해 군함 파견에는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동맹 차원의 외교적 메시지는 충실히 발신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 국내의 법적·정치적 제약(헌법 제9조 등)을 명분 삼아 직접적인 군사 참여는 선을 긋되, 동맹의 틀은 유지하되 긴장 완화와 비전투적 기여를 통해 동맹의 의무를 다하는 모습으로 이해된다.
미국의 입장에선 한국은 일본과는 다른 세계에서 유일한 '상호방위 조약'을 맺고 있지만, 한국 역시 우선 직접적인 교전 가능성이 있는 전장에 전력을 투입하기보다는, 명분을 ‘국제 해상교통로 보호’와 ‘정보 공유’에 두어야 한다는 일각의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유 위원은 “한국의 관여는 미국의 전장에 직접 개입하는 형태가 아니라, 안정적인 해양안보 질서 유지와 외해에서의 상선 보호 등 확전 방지 여건 조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러한 ‘전략적 균형’은 한미동맹을 관리하면서도 이란과의 직접적인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고위험 사안일수록 정교한 외교적 수사와 정밀한 작전 검토가 수반된 ‘한국형 호르무즈 대응 모델’ 정립이 시급한 시점으로도 관측된다.
특히 이번 회의 참여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우리 군의 국제적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헌법적 제약이 있는 일본 등 타국과는 차별화된 실질적인 안보 기여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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