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고령층과 장애인이 집에서 의료, 요양, 돌봄을 함께 받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가 27일부터 전국에서 시행된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229개 시군구에서 전담 조직과 인력 배치를 완료하는 등 사업 추진을 위한 기반이 조성됐다고 밝혔다. 병원이나 요양시설 중심으로 이뤄지던 돌봄 서비스가 살던 집 중심으로 체계가 바뀌는 것이다.
통합돌봄은 노쇠하거나 질병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65세 이상 고령층과 신체 장애나 뇌 손상 등으로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맞춤형 지원계획에 따라 방문진료, 방문요양, 치매 관리, 노인 운동, 독거노인 응급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통합돌봄은 ‘존엄한 여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현실의 돌봄 체계는 시설 중심이다. 많은 고령층이 집에서 돌봄을 받기를 원하지만 가족들은 간병 부담 등 불가피한 이유로 요양시설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지금까지의 시스템은 돌봄 수혜자의 행복을 위해 가족이 희생하거나 가족의 자유를 위해 돌봄 수혜자를 시설로 보내는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보는 사람의 요구를 함께 반영하기 위해서라도 통합돌봄은 필요하다.
실제 시범사업 현장에서도 통합돌봄의 필요성이 확인됐다. 일례로 93세 모친을 돌보는 60대 딸은 당초 생계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병원 진료에 동행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통합돌봄을 통해 홀로 감당하던 부담을 사회와 나누는 변화를 체감했다고 한다. ‘살던 곳에서 늙어가도록 해야 한다’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권고에 한 걸음 가까워진 셈이다.
그러나 제도 정착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큰 문제는 예산이다. 올해 통합돌봄 예산은 914억원으로 229개 지자체 한 곳당 4억원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자체에 담당 인력 배치를 완료했다고 하지만 읍면동과 보건소 인력은 대부분 다른 업무를 겸하고 있다. 현재의 예산과 인력 구조로 재택의료, 방문간호, 방문요양, 노인맞춤돌봄, 주거환경 개선 등 방대한 사업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현장에서 축적되는 운영 데이터를 토대로 인력·재정의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서비스 이용 규모와 의료·요양 수요, 지역별 격차를 정밀 분석해 5년·10년 단위 재정 소요를 예측하고,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지방재정을 연계한 안정적 재원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 통합돌봄의 운영 기준과 성과 평가체계를 마련해 지역 간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재택의료와 방문돌봄 중심으로 예산이 효율적으로 배분되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통합돌봄을 일시적 복지사업이 아니라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국가 인프라로 정착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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