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 지상병력 1만7000명, 이란 들어갈까? 압박 수위 높아져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8 16:44

수정 2026.03.28 16:44

미군 지상군 1만7000명, 이란 들어갈까?
대규모 점령 불가능, 제한적·정밀 작전에
군사행동 자체보다 '협상 설계' 카드 說도
미국 해병대 장병들이 슈퍼스텔리온(CH-53E)에서 하차한 후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미국 해병대 장병들이 슈퍼스텔리온(CH-53E)에서 하차한 후 목표 지점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최대 1만7천명 규모의 지상군을 중동 인근에 대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단순 병력 이동을 넘어선 전략적 메시지가 주목된다.28일 외신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협상과 군사 옵션을 동시에 검토하는 가운데 병력 증강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논의되는 병력은 해병대 5000명과 제82공수사단 2000명, 여기에 추가 병력까지 포함한 최대 1만7000명 수준이다. 이는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15만명과 비교하면 ‘전면 침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결코 의미 없는 숫자가 아니다.

이 정도 규모는 대규모 점령이 아닌 ‘특정 목표 달성형 작전’, 즉 제한적·정밀 작전을 수행하기에는 충분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지상전 투입, 어떤 시나리오도 녹록치 않아
전문가들이 거론하는 지상군 투입 작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이란 남부 연안 거점 또는 항구 확보다. 이는 해상 통제권 확보와 직결되며, 특히 원유 수출 루트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 인근 섬 장악이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을 통제할 경우,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즉각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셋째, 고농축 우라늄 저장시설 확보 또는 핵물질 탈취 작전이다. 이는 이란 핵 프로그램을 물리적으로 약화시키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세 시나리오 모두 공통적으로 ‘고위험 작전’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다. 이란은 연안 방어에 최적화된 미사일, 드론, 기뢰 전력을 보유하고 있어 접근 단계부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다르아바스 인근 해안이나 하르그섬은 이란 해군의 핵심 거점으로, 상륙 자체가 고난도 작전으로 꼽힌다. 좁고 얕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미군 함정이 집중 공격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상륙 이후다. 1만7000명 규모 병력으로는 점령지 방어와 장기 주둔이 사실상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병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보급선이 길어지고, 이란군의 미사일 및 드론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피해가 빠르게 누적될 수 있다.

핵시설 확보 작전 역시 단순 점령으로 끝나지 않는다. 매몰된 핵물질을 찾아내고 이송하기 위해서는 공병, 특수부대, 항공 수송 등 복합적인 작전이 필요해 난이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이 과정에서 미군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 이는 미국 내 반전 여론과 정치적 부담으로 직결된다.

군사행동보다 ‘협상 설계’에 가까운 카드?
이 같은 군사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병력 증강이 갖는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바로 협상에서의 ‘지렛대’다.

미국은 현재 이란에 대해 핵시설 해체, 우라늄 통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해협 봉쇄 가능성을 내세워 맞서며 협상력을 높이려는 지렛대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 가운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지상군 없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밝힌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는 실제 지상전 돌입 의지보다는 ‘선택지 보유’ 자체가 핵심이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번 1만7000명 병력 카드는 ‘투입을 위한 준비’이면서 동시에 ‘투입하지 않기 위한 압박’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가진다.
군사 옵션을 현실화하지 않고도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전형적인 고강도 심리전이자 전략적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