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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주유소 기름값보다 나프타가 더 문제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04:04

수정 2026.03.29 04:04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의 근간은 주유소 기름값보다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의 근간은 주유소 기름값보다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제품 가격 상승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공장 전경. 뉴시스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일으킨 이란 전쟁으로 주유소 기름값이 치솟으면서 걱정하는 미국인들이 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바로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제품이라고 CNBC가 28일(현지시간) 경고했다.

석유에서 추출하는 벤젠, 부타디엔(butadiene), 암모니아, 스티렌, 나프타를 비롯한 석유 기반 부산물들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물가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에서 나오는 이 부산물들은 의료용 실리콘 장갑부터 음식 포장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생활 깊숙이 안 쓰이는 곳이 거의 없다.

연말 쇼핑 대목도 위험

폴란드 패키지 업체 DST-팩의 스타니슬라브 크리쿤 최고경영자(CEO)는 이미 생산비가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플라스틱 공급업체들이 최근 가격을 약 15% 인상했다”면서 “그들은 높은 원재료 비용과 일반적인 시장 불확실성을 그 근거로 들었다”고 밝혔다.



DST-팩이 생산하는 포장재들은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수출된다. 지금 당장 소비자 가격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결국 비용 부담이 불가피하다.

올해 크리스마스 쇼핑 대목 기간 가격 상승도 예상된다. 기업들은 이미 연말 대목을 준비한 포장재 주문에 나서고 있다.

목재 아니면 모두 석유 기반

텍사스 크리스천대 랠프 로 에너지 연구소의 에너지 파이낸스 조교수 톰 성(Tom Seng)은 석유화학제품 비용 상승 충격은 모든 곳에서, 또 모든 것에서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 교수는 “석화제품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특히 우리가 사용하고 소비하는 모든 것들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목재가 아닌 이상 석유나 천연가스 기반 부산물이 포함되지 않은 무언가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와 픽업트럭 제조 업체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만 해도 엄청난 규모”라고 덧붙였다.

걸프 석화공급 차단

이 석화 공급은 지금 심각한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

가동 중인 중동 석화 설비 193개 가운데 약 79%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카타르 단 세 곳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사우디는 전체 생산능력의 75%를 갖고 있다.

성 교수는 걸프협력기구(GCC) 국가들의 석화제품 생산 규모는 연간 1억5000만t으로 전 세계 생산의 약 12%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GCC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바레인 등이 회원국이다.

이들이 생산하는 석화제품은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공급된다. 이란이 이 뱃길을 틀어쥐면서 공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인플레이션 불가피

에너지 컨설팅 업체 크리멀 스트래터지 그룹(KSG) 창업자 제프 크리멀은 석화제품 부족과 가격 상승은 결국 섬유, 세제, 식품, 음료수 등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크리멀은 “이 세계의 너무도 많은 것들이 다양한 형태의 플라스틱으로 포장되고 운반된다”고 강조했다.

모든 플라스틱은 나프타, 프로필렌, 메탄올, 암모니아, 스티렌 같은 석유 부산품들로부터 나온다.

크리멀은 “나프타는 정말 중요하다”면서 “이는 경제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원료”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당장 전쟁이 멈춰도 수급이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최고신용책임자(CCO) 아치 세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홍해 봉쇄에 이어 이번엔 호르무즈 해협이 막혔다면서 지금 당장은 중국 정유사들의 과잉 생산이 문제이지만 이 재고가 소진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들썩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3조8500억달러 규모 제품 생산 차질

공급망 분석업체 알태나 공동 창업자 겸 최고과학책임자(CSO) 피터 스워츠(Peter Swartz)는 이제 시장이 불확실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면서, 전황과 관계없이 가격 상승을 비롯한 장기 충격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스워츠는 석화제품이 수십조달러 규모의 재화에 투입되고, 이 재화들은 다시 또 수십조 달러 규모의 다른 재화에 들어간다면서 석화제품을 대신할 마법은 없다고 단언했다.

알태나에 따르면 석화제품, 중간재, 완제품을 합쳐 7330억달러 규모의 ‘원료 유분’이 걸프지역에서 공급된다. 이는 전세계 에틸렌, 프로필렌, 부타디엔, 벤젠, 톨루엔, 자일렌, 메탄올, 글리콜, MTBE, 에폭사이드, 초산, 아크릴산, PTA, 아크릴로니트릴, 멜라민 공급량의 약 22%에 이르는 규모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 공급망을 차단해 치약부터 수건에 이르기까지 총 3조8500억달러 규모의 제품 생산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

공급 차질에 따른 비용 상승은 인플레이션이 오르면서 경제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명예교수는 27일 CNBC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확전에 나설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