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조사처, 만성적 보급 지연 해법 제시
행정 개선 넘어 학사 일정 전면 재설계 주장
교육부 장관으로 책임 단일화한 체계로 전환
행정 개선 넘어 학사 일정 전면 재설계 주장
교육부 장관으로 책임 단일화한 체계로 전환
[파이낸셜뉴스] 점자 교과서의 만성적인 보급 지연을 해소하려면 단순한 행정 개선을 넘어 학사 일정 자체의 전면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 학기 시작 4개월 전에 이뤄지는 교과서 주문 시기를 최소 6개월 이전으로 앞당기고, 일반 교과서 제작 후 점자판을 따로 만드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온·오프라인 교과서를 동시에 조달하는 '국가 책임 공급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9일 보고서를 통해 "파일 제출 의무화만으로는 제작·보급 지연을 해결하기 어렵다"며, "교과서 제작·보급 의무 주체를 교육감이 아닌 교육부 장관으로 단일화해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점자 교과서가 단순한 대체 자료가 아니라 이미 법률상 교과용 도서임을 분명히 했다. 점자법 제12조는 교육부 장관이 시각장애 학생과 교원을 위한 교과서를 점자로 제작·보급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입법조사처는 디지털 파일 제출 의무화만으로는 실질적인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발행사들은 요청을 받으면 10~30일 내에 파일을 제출하고 있어 법률로 제출 기한을 30일로 정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점자 교과서 제작에는 파일 확보 이후에도 2~3개월이 소요되므로, 제출 의무화만으로는 학기 시작 전 적기 보급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도 소개됐다. 미국은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출판사와 계약을 통해 대체자료 제작을 연계하고, 대만은 일반 교과서와 점자 교과서를 동시에 조달해 학기 시작 전에 공급한다. 반면 한국은 일반 교과서 제작 후 점자판을 따로 제작하는 구조여서 지연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또한 입법조사처는 정부가 교과서 공급체계 전반을 개편하는 장기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 주문 시기를 최소 6개월 전으로 앞당기고, 편찬·검정 단계에서 장애 유형을 고려하며, '대체 교과서'라는 용어를 정비하는 과제가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교과서 제작·보급 의무를 교육부 장관에게 명확히 부여해 국가 책임을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점자 교과서에 국한하지 않고 청각장애, 발달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과 디지털·멀티미디어 매체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접근권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저작권법 개정 등 후속 입법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