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단독] 집값, 주인이 정하는 게 아니었다...중개 카르텔 들여다보니

권준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9 19:26

수정 2026.03.29 19:29

제한적 공동 중개 넘어 시세 교란
‘찍어누르기’ ‘꺾기’로 집값 조종
수익보전 피해 매수·매도자에게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급매물 광고.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카르텔'을 만들어 활동하는 부동산 중개인들이 비회원사들을 배제하는 '제한적 공동 중개'를 넘어 집값 가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집주인에게는 가격을 올려 팔도록 유도하고, 매수 희망자에게는 가격을 높여 사도록 제안하는 등의 방식을 통해서다. 사실상 시세교란을 부추기는 셈이라 대응방안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집값 조종하는 카르텔

29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부동산 중개사 카르텔들은 일명 '찍어누르기'와 '꺾기' 방식을 통해 집값을 조종하고 있다.

찍어누르기는 매도 의사가 있는 집주인 물건을 카르텔들이 고의로 중개하지 않는 방식이다.

시간이 흘러도 집이 팔리지 않으면 초조해진 집주인은 결국 중개사 말에 따르게 된다. 이때 중개사는 아파트 가격을 높이거나 낮출 것을 제안한다. 대체로 매도 우위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을, 매수 우위 시장에서는 가격 인하를 제시한다고 한다. 반대로 매수인에게는 꺾기를 활용한다. 먼저 상태가 좋지 않은 아파트를 보여주고 매수인이 제시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물건을 이 정도로 제한한 뒤 '매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조장하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매수인 입장에서 꼼짝 없이 매수가를 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카르텔은 회원 가입 시 일정 금액 이하로 매물을 팔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지키지 않는 회원사는 카르텔에서 퇴출당하거나 조직에서 배척된다. 서울 강남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서약서는 가입 당시 서명만 하고 모두 회장이 가져간다"며 "문서 유출 등을 우려해 따로 보관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카르텔 이유…'불안정한 수익 보전'

카르텔이 암약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불안정한 수익성을 최대한 보전하기 위해서다. 통상 공인중개사 수익은 부동산 매매·임대차 계약 시 받는 중개 보수가 대부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 카르텔들은 각자가 맡을 가구를 암묵적으로 정한다. 가령 1000가구 아파트 대단지 내 카르텔 중개업자 100명이 있으면 1명이 10가구를 맡게 된다. 101호부터 110호까지는 카르텔 중개업자 A씨가, 201호부터 210호까지는 카르텔 중개업자 B씨가 관리하는 식이다.

이들은 자신이 관리하는 가구 외에 다른 가구에서 문의가 들어오면 카르텔 내 해당 지역 담당 중개사와 공동 중개를 한다. 쉽게 말해 B씨가 101호 중개 요청을 받으면 A씨에게 공동 중개를 요청하고 수익금을 일정 요건에 따라 나눠 가진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카르텔에 가입하면 가만히 있어도 일정 부분 이상 수익금을 받게 된다"며 "기본급이 낮거나 적은 중개인들 입장에서는 카르텔에 가입해야 먹거리가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이런 상황을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가장 큰 피해는 결국 그 물건의 매수자·매도자에게 돌아간다"며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식의 담합은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