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인도)=프라갸 아와사티 통신원】인도 정부가 최근 계속되는 루피화 약세에 대응하고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기 위해 내달 10일부터 자국 은행의 순외환 포지션을 1억 달러로 제한하는 강도높은 조치를 발표했다.
30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인도중앙은행은 지난 27일 은행들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보유할 수 있는 순외환 포지션을 거래일 종료 기준 1억 달러로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해당 조치는 4월 10일부터(현지 시간) 시행되며, 은행들의 포지션 축소를 유도해 루피화에 대한 일방적 투기 거래를 억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조치는 이란 전쟁 이후 루피화가 연일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는 등 급격한 약세를 보이는 데 따른 것으로 최근 10여 년 만에 가장 강력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인도 중앙은행은 그동안 루피화 안정을 위해 현물 및 선물시장 개입에 의존해 왔다.
루피화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약 한 달간 4% 이상 하락해 94.82를 기록하며 올해 아시아 통화 중 최저 성과를 보였다. 전쟁 장기화 우려로 글로벌 자금이 인도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서 각각 110억 달러(16조6243억 원), 16억 달러(2조4180억 원) 이상 빠져나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인 안정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장기적인 근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뭄바이 소재 신한은행의 쿠날 소드하니 재무책임자는 “이번 조치는 루피 약세에 대한 당국의 우려를 반영하며, 시장 포지션 통제로 정책 방향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은행들은 규정 준수 기한 연기를 요청하며, 급격한 포지션 축소가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만으로는 에너지 가격 급등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달러화 강세와 글로벌 투자심리 변화가 지속되는 한 루피화 약세 압력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 페소와 한국 원화 등 다른 신흥국 통화도 중동 분쟁 이후 동반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인도 중앙은행은 해외 지점과 계열사에 루피화 거래 보고를 의무화하는 규정도 추진 중이다. 이는 해외 거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글로벌 은행들은 고객 정보 보호 문제와 각국 규제 충돌, 시스템 개편 비용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 체계 구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해 단기적으로 시장 유동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praghya@fnnews.com 프라갸 아와사티 통신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