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마을에 춘삼이란 남자가 있었다. 춘삼은 평소 체질이 허약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돌림병으로 오한과 발열이 있고, 귀 옆이 붓고 아팠다. 당시 그 마을에는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춘삼은 한 의원에게 진찰을 받았다. 의원은 열독이라고 하면서 청열(淸熱)하면서 발산(發散)하는 약 두 제를 처방했다. 춘삼이 그 처방을 복용하자 귀 옆의 부기는 가라앉았으나 곧이어 고환이 붓고 아파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면서 오한과 발열은 더욱 심해졌다.
춘삼은 동네 명의에게 다시 진찰을 받았다. 명의는 춘삼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물어보고 나서 진맥을 했다. 진맥을 하던 명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옆에 있던 제자가 “스승님, 사내는 어떤 병증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명의는 “이 사내는 저두온(豬頭瘟)을 앓고 있다. 이 사내의 증상을 보면 오한발열과 함께 처음에는 귀 옆이 붓다가 이어 고환이 붓고 아픈 것을 보면 소양(少陽)의 사기가 표에서 풀리지 못하고 안으로 전하여 궐음(厥陰)에 들어간 것이다. 그 기전을 보면 귀 옆 부위는 소양경(少陽經, 담)에 속하고, 고환은 궐음경(厥陰經, 간)에 속하면서 소양과 궐음은 담(膽)과 간(肝)으로 서로 표리관계이기 때문에 귀에서 고환으로 병세가 넘어간 것이다.”라고 설명해 주었다.
명의는 춘삼에게 난간전(暖肝煎)에 오수유를 더해 한 제를 처방했다. 난간전은 간(肝)을 따뜻하게 하여 하초의 냉증과 간기울결로 인한 통증을 치료하는 처방이다. 보통 서혜부 통증, 만성 골반통, 냉성 전립선이나 고환 통증, 한성 생리통, 탈장 초기 통증에 활용된다. 특히 아랫배 쪽에 차갑고 당기고 묵직한 통증을 보인다.
춘삼은 의원의 처방을 복용하자 모든 증상이 사라졌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다른 사내도 병이 났다. 사내의 이름은 복돌이었다. 춘삼과 복돌은 서로 친구 사이로 항상 붙어 다녔다.
춘삼은 자신이 명의의 처방으로 좋아지자, 복돌에게도 명의에게 치료받을 것을 권했다. 복돌은 명의에게 “저는 춘삼이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입니다. 얼마 전부터 몸이 안 좋았는데, 춘삼이가 의원님을 소개해 주었습니다.”라고 했다.
명의는 복돌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맥도 하지 않은 채 “혹시 귀 옆이 무겁고 뻐근하며 고환이 붓고 아프지 않은가?”라고 하자, 복돌은 놀라면서 “아니 제가 증상을 말하기도 전에 어찌 아셨습니까?”라고 했다.
명의는 복돌 또한 동일한 방법으로 치료해서 나았다. 제자는 놀라면서 “스승님은 이 남자의 병증을 어찌 알게 되신 겁니까? 단지 춘삼이란 자와 친구라고만 말하지 않았습니까?”라고 했다. 그러자 스승 명의는 “그 둘은 모두 저두온을 앓고 있었다. 너도 저두온이 돌림병인 것을 알지 않느냐? 복돌은 춘삼에게 옮은 것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제자는 다시 “보통 저두온은 귀 아래가 붓고 아픈데, 이들처럼 고환이 붓고 아픈 것은 다른 의원들이 치료를 잘못해서 그런 것입니까? 아니면 치료시기를 놓쳐서 사기가 전변되어 그런 것입니까?”하고 물었다.
그러자 스승은 “저두온은 종시(腫腮, 뺨이 붓는 병)라고도 하는데, 어떤 의서에는 ‘의원들이 치료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표산약을 써서 사기가 허를 타고 궐음으로 전하여 고환이 붓고 아프며, 이때는 귀 뒤의 부기는 모두 가라앉는다’라고 했다. 허나 이것은 치료를 잘못해서가 아니라 고환이 붓고 아픈 것은 병증이 심해지면서 나타나는 겸증일 뿐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제자가 “그럼 초기에 발산약을 처방한 것은 잘못된 것입니까?”하고 묻자, 스승은 “저두온은 풍열(風熱)로 생기거나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 열이 쌓여 생긴다. 초기에는 승마황련탕, 승마위풍탕 등 풍열(風熱)을 발산하고 열독(熱毒)을 치료하는 처방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들 처방은 요즘에도 편도염, 인후염을 치료하는 처방으로도 다용된다.
이후에도 한동안 비슷한 병증을 보이는 병자들이 약방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을 한 명 두 명 감염시켜 괴롭히던 저두온은 점차 잠잠해졌고, 마을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이들은 요즘 병으로 보면 바로 볼거리(유행성 이하선염)을 앓았던 것이다. 볼거리는 처음에는 감기처럼, 발열, 두통, 근육통 등이 생긴다. 전형적인 감기 증상과 함께 귀 아래 이하선이 붓는다. 보통 한쪽에 나타나지만 양쪽 모두 생기기도 한다. 귀 이하선의 부기가 가라앉은 후에는 고환이 붓고 통증이 나타난다. 여성에게는 난소염이 합병되기도 한다. 심각하게는 뇌수막염, 췌장염, 회복 불가능한 청력 저하 등이 합병될 수도 있다. 볼거리는 제2급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되어 있다.
저두온(豬頭瘟)이나 종시(腫腮)라고 불리던 병은 결국 오늘날의 볼거리였으며, 옛 의원들 나름대로 이론을 통해서 그 전변 과정과 합병증까지 이해하고 치료해 왔던 것이다.
오늘의 본초여담 이야기 출처
<정행헌의안(程杏軒醫案)> 吳禮庭兄時感腫腮消後睪丸腫痛. 禮兄平素體虛, 時感寒熱, 耳旁腫痛, 維時此證盛行, 俗稱豬頭瘟. 醫與清散藥兩劑, 耳旁腫消, 睪丸旋腫, 痛不可耐, 寒熱更甚. 予思耳旁部位屬少陽. 睪丸屬厥陰肝膽相為表裡, 料由少陽之邪, 不從表解, 內傳厥陰故耳. 仿暖肝煎, 加吳萸一劑而效. 同時族人澤瞻兄病此, 予診之曰:得無耳旁腫消, 睪丸腫痛乎? 澤兄驚曰:子何神耶. 亦用煎法治愈. 後閱會心錄, 載有腫腮一證, 云醫不知治, 混投表散, 邪乘虛陷, 傳入厥陰, 睪丸腫痛, 耳後全消, 昔賢之言, 洵不誣也. (오예정 형이 시감으로 볼이 붓고, 가라앉은 뒤 고환이 부어 아픈 사례. 예형은 평소 체질이 허약하였다. 시감으로 오한과 발열이 있고, 귀 옆이 붓고 아팠다. 그때 이 병이 유행하였는데, 속칭 ‘저두온’이라 하였다. 의원이 청산하는 약 두 제를 쓰자, 귀 옆의 부기는 가라앉았으나 곧 고환이 붓고 아파 견디기 어려웠으며, 오한과 발열은 더욱 심해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귀 옆 부위는 소양에 속하고, 고환은 궐음에 속하니, 간과 담은 표리 관계이다. 소양의 사기가 표에서 풀리지 못하고 안으로 전하여 궐음에 들어간 것으로 여겼다. 이에 난간전을 본떠 오수유를 더해 한 제를 쓰니 효과가 있었다. 같은 시기에 족인 택첨 형도 이 병을 앓았다. 내가 진찰하며 말하기를 “혹시 귀 옆이 가라앉고 고환이 붓고 아프지 않습니까?” 하니, 택형이 놀라 말하였다. “그대는 어찌 그리 신묘한가?” 그 역시 같은 방법으로 달여 치료하여 나았다. 뒤에 회심록을 보니, 종시라는 증을 기록하며 “의원이 치료를 알지 못하고 함부로 표산약을 써서 사기가 허를 타고 궐음으로 전하여 고환이 붓고 아프며, 귀 뒤의 부기는 모두 가라앉는다.” 하였으니, 옛 현인의 말이 참으로 거짓이 아니었다.)
<동의보감> 搭顋腫. 腮腫, 亦名痄腮. 因風熱, 或膏粱, 積熱而作, 宜升麻黃連湯, 或升麻胃風湯, 或荊防敗毒散方見寒門. 腫久不消, 欲作膿, 宜托裏消毒散方見癰疽, 腮頰齒牙脣口俱腫出血者, 宜淸胃散方見牙齒, 加石膏. (탑시종. 빰이 붓는 것은 자시라고도 한다. 풍열로 생기거나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 열이 쌓여 생긴다. 승마황련탕이나 승마위풍탕이나 형방패독산을 써야 한다. 부은 것이 오래되어도 사라지지 않고 고름이 되려고 할 때는 탁리소독산을 써야 한다. 뺨·치아·입술·입이 모두 부으면서 출혈이 있을 때는 청위산에 석고를 넣어 써야 한다.)
/ 한동하 한동하한의원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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