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가계부채 관리방안 발표, 실수요자 피해는 없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1 18:39

수정 2026.04.01 18:39

올해 가계빚 증가율 1.5%로 억제
대출 못받으면 매물 있어도 못 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정부가 1일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미 예고된 대로 다주택자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불허하고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치는 1.5%로 강화한다는 게 골자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유지하고, 정책대출 비중을 현행 30%에서 20% 수준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집값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다. 두 목표는 물론 서로 맞물려 있다.

대출을 억제함으로써 집값을 잡고 2342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도 더는 급증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의 집값 상승은 담보대출 확대와 연관성이 있다.

대출을 통제하면 집을 구매할 돈이 모자라 집값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과도한 대출은 경제가 잘 돌아가면 큰 문제가 없을지 모르나 금리가 오르거나 집값이 떨어질 때는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최근 은행 연체율이 높아지는 등 그런 문제가 노출되고 있다.

다주택자 대출 연장 불허는 매물 증가로 집값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올해에만 약 1만2000가구가 해당하는데, 상당수의 주택이 매물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오는 5월 9일 이후 재시행될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와 더불어 대출 연장 불허는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집값도 잡아야 하고 가계대출 급증도 더 두고 볼 수는 없는데, 유념해서 봐야 할 부분이 있다. 하나는 실수요자 문제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내집 마련을 원하는 무주택자는 정부의 대출 억제책으로 피해를 볼 수 있다. 다주택자 규제로 매물이 출회돼도 대출규제에 걸려 원하는 집을 구입하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다. 매물이 나와도 살 사람이 없다면 효과는 반감된다. 결국 현금부자들이 혜택을 볼 여지가 크다.

만기 연장 불허와 양도세 중과로 일단은 매물이 늘어날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러나 양도세 중과가 유예되는 시한인 5월 9일 이후에는 매물이 잠길 가능성이 있다. 대출 만기 안에 매물을 팔지 못한 임대업자나 다주택자는 임대료를 높임으로써 세입자에게 부담을 떠넘길 여지도 있다.

국가부채와 마찬가지로 가계부채는 경제 규모와 비교해서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국가경제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때 보았듯이 대출을 갚지 못하면 은행 부실로 이어지고,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된다. 정부의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은 그런 견지에서 나왔을 것으로 본다.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실제로 부동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 대출과 조세제도로 옥죌 수는 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타난 과거 사례를 상기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책이 집값 안정에 효력을 발휘하는지 확인한 다음 시장의 반응이 미지근하다면 추가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언제나 부동산 대책의 첫째는 규제가 아니라 공급 확대다. 한편으로 공급을 늘리면서 다른 한편으로 적절한 규제책을 동원해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다. 양도세 중과가 반드시 매물 증가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양도세를 낮춰주고 보유세는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충분히 있다. 출구를 열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다주택자들은 증여로 방향을 틀거나 아니면 끝까지 버틸 공산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