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책

디지털화폐 ‘단일 패권’은 없다···신현송號도 ‘멀티머니버스’로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7 07:00

수정 2026.04.07 07:00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 CBDC 친화적
하지만 원화 스테이블코인 배제는 힘들단 판단
양쪽 모두 장단..결국 여러 수단 공존 필요해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신현송 체제의 한국은행이 디지털 통화와 관련해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공존하는 '멀티머니버스(Multi-Moneyverse)' 구조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무게 중심은 CBDC에 두되, 이를 기반으로 한 예금 토큰만으로는 소매금융은 물론 무역금융이나 '에이전틱 상거래(Agentic Commerce)'까지 포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CBDC 중심...스테이블코인 병행 불가피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의원 자료 요청에 대한 답변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토큰화 자산의 거래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미래 통화 생태계에서 충분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의 공존 가능성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신 후보자가 총재로 취임할 경우 한은은 '프로젝트 한강'을 지속 추진하는 동시에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정책 대응에도 나설 전망이다.



'프로젝트 한강'은 한국은행이 기관용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이를 기반으로 예금 토큰을 발행해 일반 소비자에게 유통하는 구조다. 중앙은행 기반이라는 점에서 안전성은 높지만, 범용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인프라 내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에 해외 송금 등에서는 제약이 발생하고, 핀테크나 카드사 등 비은행 참여가 제한돼 기술 확장성도 떨어질 수 있다.

신 후보자는 국제결제은행(BIS) 수석이코노미스트 재직 당시인 지난해 8월 세계경제학자대회(ESWC 2025)에서 중앙은행 중심의 디지털 화폐 플랫폼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며 "프로젝트 한강은 중단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BIS는 각국 중앙은행과 함께 '아고라 프로젝트' 등 확장형 디지털 통화 인프라를 설계하고 있다.

그럼에도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활용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초기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인공지능(AI) 기반 에이전틱 상거래에서는 기계 간(M2M) 지급결제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국내에서도 디지털자산기본법 등 관련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며, 미국은 CBDC 발행을 제한하는 정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은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법정통화와 1대 1 교환이 항상 보장되지 않는 데다,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으로 민간이 발행하는 구조인 만큼 중앙은행의 통제력이 제한적이다. 해킹 등 보안 리스크에도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신 후보자도 스테이블코인이 '화폐의 단일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스테이블코인의 가치가 1달러에서 0.9달러 또는 1.1달러로 변동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수요 확대는 자본 유출 통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CBDC, 원화 스테이블코인 비교
구분 CBDC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중앙은행 은행 등 민간
담보 기반 은행 예금 국채 등 준비자산
유통 중앙은행 인프라 퍼블릭 블록체인
장점 안전성, 거래 투명성 탈중앙화에 따른 비용 절감, 실시간 송금
활용 영역 국고금 등 공공 지급, 세금 등 무역금융, AI 에이전트 결제
리스크 더딘 기술 발전, 범용성 제한, 뱅크런 우려 디페깅(기존 통화와의 가치 괴리), 해킹, 준비자산 부실
(금융권)
■'멀티머니버스' 현실화...복수 화폐 공존 구조
CBDC와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통화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경쟁 관계에 있으면서도, 기능적으로는 상호 보완적 성격을 가진다. 이에 따라 현금, 예금, 전자지급수단이 공존하는 현재처럼 복수의 화폐가 역할을 나누는 '멀티머니버스' 구조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영란은행(BOE)을 비롯한 유럽 주요 중앙은행들은 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 중이다. 프랑수아 빌루르아 드 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1월 국제통화세미나(IMS) 컨퍼런스에서 "CBDC는 필수적이지만 토큰화 경제의 모든 용도를 포괄할 수는 없다"며 "토큰화된 은행 예금과 민간 스테이블코인 간 선택지는 열려 있다"고 했다.

다만 CBDC와 스테이블코인 모두가 공통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실생활 결제 영역, 즉 소매금융에서의 활용성이다. 현재 지급결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전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디지털 화폐를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 후보자가 스테이블코인의 혁신성은 인정하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에서는 CBDC와 스테이블코인 모두 법적 기반이 아직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정책 방향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