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자동차보험 과실비율 분쟁이 최근 10년 새 5배 이상 급증한 가운데, 국민 3명 중 1명은 과실비율 산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사자가 직관적으로 판단한 책임 비율과 보험사가 산정한 과실비율이 엇갈리면서,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운전자들이 분쟁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5일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동차사고 과실비율에 대한 국민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과실비율 분쟁 건수는 15만6812건으로, 2014년(3만260건) 대비 약 5배 증가했다. 특히 사고 수리 건수는 감소했음에도 분쟁은 오히려 늘면서, 수리 건수 대비 분쟁 비율은 1.0%에서 5.4%로 높아졌다.
그동안 분쟁 증가 원인으로 블랙박스 확산과 보험료 할증 등이 꼽혀왔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인식 차이’가 지목됐다.
전국 성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절반은 10개 사고 유형 중 2개 정도만 과실비율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즉, 대부분의 운전자가 기준 자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고를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단순히 모르는 수준을 넘어 판단 방향 자체가 다른 경우도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육교나 지하도 근처에서 보행자와 차량이 사고가 난 경우, 제도상으로는 차량 책임이 더 크지만 많은 응답자는 보행자 과실이 더 크다고 답했다. 이러한 인식 차이는 “내가 보기엔 저 사람이 더 잘못한 것 같은데”라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과실비율 불신과 분쟁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된다.
제도 자체의 문제도 있다. 현재는 과실이 1%라도 있으면 상대방 손해를 일부 부담하는 ‘순수비교과실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실이 적은 쪽이라도 상대 차량이 고가일 경우 더 많은 수리비를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실비율이 공정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원인은 운전자와 제도 간 인식 차이, 그리고 순수비교과실제도에 내재된 모순적 배상 구조 때문”이라며 “예상과 실제 과실비율의 차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사고도표에서 정의한 기본과실에 대한 인지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운전자들이 과실비율 기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적극 제공해 예상과 결과의 차이를 줄이고,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은 도로 환경 변화와 최근 판례를 반영해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는 제도 구조 개편이 꼽혔다. 과실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보상을 제한하는 ‘수정비교과실제도’ 도입 등을 통해, 과실이 적은 사람이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부담하는 문제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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