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의 분위기만 꺾으면 약한 선발진 아니다
김진욱의 비상 큰 위안.... 드러난 5선발의 뼈대
원투펀치 비슬리가 연패만 끊어준다면...
김진욱의 비상 큰 위안.... 드러난 5선발의 뼈대
원투펀치 비슬리가 연패만 끊어준다면...
【부산(사직) = 전상일 기자】 원래 연패가 그렇다. 모든 것이 잘 안될 것 같고, 모든 선수가 쫓기게 된다. 똑같이 3승 3패를 해도 연패보다는 퐁당퐁당을 훨씬 선호하는 이유다. 크게 낙담할 상황이 아니데도, 왠지 모르게 상황을 더 크게 위중하게 보이게 한다.
그것이 연패가 팀에 끼치는 가장 큰 악영향이다.
사직구장에 다시 한번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굳건할 줄 알았던 '외국인 1선발' 엘빈 로드리게스가 무너지며 롯데 자이언츠가 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즌 초반이라고는 하지만, 덕아웃과 관중석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누구보다 '연패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이들이 바로 롯데 팬들이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바로 작년, 가을 야구를 향해 순항하던 롯데는 끔찍했던 '12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허망하게 5강 티켓을 놓쳐야 했다. 무엇보다 야심차게 승부를 걸었던 벨라스케즈가 무너지며 팀을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를 타고 내려갔다.
한 번 꺾인 기세는 걷잡을 수 없이 팀을 계속 끌어내렸고, 사직의 봄은 그렇게 차갑게 얼어붙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연패는 단순한 1패 이상의 무거운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이 흐름을 당장 끊어내지 못한다면 작년의 악몽이 또다시 사직벌을 덮칠지도 모른다.
다행스러운 점은 연패 속에서도 토종 선발진의 폼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나균안은 피홈런 1개가 아쉬웠을 뿐, 5이닝 2실점으로 선발 투수로서의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롯데의 영원한 '아픈 손가락' 김진욱의 반등이다. 비록 지난 2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투구 내용을 돌아보면 분명한 희망의 시그널이 켜졌다. 시속 147km 안팎의 패스트볼은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며 연신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끌어냈다.
이날 김진욱의 헛스윙 비율은 무려 13.3%에 달했다.
2024시즌 홈런왕 맷 데이비슨조차 김진욱의 자신감 넘치는 바깥쪽 직구 승부에 헛스윙으로 물러났다. 겨우내 하체 중심 이동과 팔 스윙 메커니즘을 뜯어고친 결과가 묵직해진 구위로 나타나며, 5선발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한 것이다.
하지만 박세웅, 나균안, 김진욱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이 제 기량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벼랑 끝에 몰린 쫓기는 상황이 아닌, 편안한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누군가가 나서서 이 무거운 연패의 사슬을 뚝 끊어주어야만 토종 트리오의 턴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롯데의 모든 절박한 시선과 명운은 단 한 사람, 제레미 비슬리의 오른팔을 향해 있다.
우리는 이미 비슬리의 첫 등판에서 그가 가진 압도적인 파괴력을 목격했다. 최고 구속 155km를 찍는 폭발적인 강속구, 리그 최고의 좌타자 구자욱마저 고개를 젓게 만든 악마 같은 스위퍼. '공이 지저분한데 눈이 번쩍 뜨일 만큼 빠르기까지 한' 그의 마구는 우승 후보 삼성 타선을 5이닝 1실점(비자책)으로 완벽하게 질식시켰다.
이제 비슬리는 단순한 선발 투수가 아니다. 무너진 팀의 분위기를 수습하고 연패를 끊어내야 하는 '에이스'이자 '스토퍼'의 중책을 짊어졌다.
롯데 팬들의 절절한 염원과 사직의 가을이 그의 어깨에 달려 있다.
만약, 연패만 끊어낼 수 있다면 현재 롯데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비슬리가 155km의 묵직한 강속구로 작년의 악몽을 시원하게 끊어낼 수 있을 것인가. 사직구장의 온 시선이 마운드 위, 100만 달러의 구세주를 향해 숨죽이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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