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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 바꿨는데' 10년간 빠져나간 핸드폰 요금..돌려받을 수 있을까 [소비의 정석]

김현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6 05:30

수정 2026.04.06 05:30

fn·한국소비자원 공동기획
번호이동 했더라도 해지 안 하면 요금 부과
최종 5년치 97만9800원 환급 결정
노인이 요금통지서를 보며 놀라는 모습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노인이 요금통지서를 보며 놀라는 모습을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 "아니, 이게 뭐야! 휴대폰 요금이 200만원 넘게 나왔다고?"
70대 A씨는 최근 우편으로 받은 휴대전화 요금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고지서에 적힌 회선은 바꾼지 이미 10년도 넘은 옛 번호였다. 해당 번호는 지난 2007년 개통된 뒤 2012년 다른 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했다. A씨는 당연히 이전 통신사 계약도 함께 정리됐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통신사에 확인해보니 번호이동 이후에도 기존 회선이 해지되지 않은 채 유지돼 있던 것. 그간 기본요금이 자동이체로 빠져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기간은 약 11년 6개월, 총 납부 금액은 225만2990원에 달했다.

A씨는 "사용도 하지 않은 요금을 이렇게 오래 부과한 건 부당하다"며 통신사에 전액 환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통신사는 "해지 신청을 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원칙적으로는 6개월치의 환급만 가능하다"며 "고객 관리 차원에서 일부 환급은 가능하나 전체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분통이 터진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5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휴대폰 불완전판매로 인한 고령층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번호이동이나 기기 변경 이후에 기존 회선의 해지 여부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계약이 실제로 해지됐는지 여부’다. 민법 제111조에 따르면 계약 해지와 같은 의사표시는 상대방에게 도달해야 효력이 발생한다. 즉, 번호이동이나 사용 중단만으로는 계약이 자동 종료되지 않는다. 해지 의사를 통신사에 명확히 전달했는지, 그리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 규정은 법적 근거 없이 이익을 얻은 경우 반환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사안처럼 계약이 유지된 상태에서는 요금 부과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A씨의 경우처럼 해지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실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요금 납부 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

이번 사례의 경우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양측의 책임을 함께 고려해 일부 환급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통신사는 장기간 사용이 없는 회선에 대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았고, A씨 역시 오랜 기간 요금 납부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 반영됐다.
분쟁조정위는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최근 5년치 요금인 97만9800원을 환급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봤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통신서비스는 실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계약이 유지되는 한 요금이 계속 부과된다"며 "번호이동이나 사용 중단만으로는 계약이 종료되지 않으며, 반드시 통신사에 해지 의사를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해지 신청 사실은 소비자가 입증해야 하는 만큼 관련 신청 내역이나 상담 기록 등을 보관해두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동이체나 카드 결제 등 정기 결제 내역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예상치 못한 요금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localplace@fnnews.com 김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