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유·절세·상속까지…도곡 자산가들이 모이는 이유
KB증권은 기존 도곡스타PB센터를 2024년 12월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맞은편에 VIP 센터 '은행과 증권의 프라이빗뱅커(PB) 복합점포 형태인 '골드앤와이즈더퍼스트(GWS)'로 확장했다.
김희경 GWS본부 도곡 더퍼스트 센터장은 7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GWS본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이곳 주민들의 투자 흐름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비즈니스의 핵심은 '얼마나 더 벌 것인가'보다 '어떻게 지키고 옮길 것인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절세, 승계, 유동성, 포트폴리오 재편이 자산관리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PB의 역할도 단순 상품 판매에서 생애주기형 자산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겉으로 보이는 주식 자산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대주주 지분, 장기 보유 물량 등 '움직이지 않는 돈'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곳 고객들은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 성향이 짙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우량주를 10년 이상 보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KB증권은 고액자산가들이 민감하게 보는 지점은 단순 수익률보다 '세후 수익률'이라는 데 주목했다. 자산 규모가 클수록 과세까지 감안한 실질 수익이 중요해서다. 이 때문에 자산가들은 주식연계증권(ELS)처럼 과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상품보다 표면금리는 낮더라도 절세 효과가 있는 채권 투자에 더 관심이 많다.
최근 코스피가 5000선을 넘어서면서 도곡동 자산가 투자 스타일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미국 등 해외 자산 비중 확대가 주된 흐름이었다면, 최근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 등 국내 대표주로 다시 시선이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자산은 이제 포트폴리오의 기본이 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시장에도 대기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부동산으로 가기 어려운 자금이 증시로 들어오고 있고, 예탁금 증가도 이런 흐름과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도곡 더퍼스트의 자산 규모는 총 3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자산관리(WM) 자산은 1조원 안팎, 나머지는 주식 자산이다.
전문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커피 라운지, 벽면에 걸린 미술 작품, 그리고 은행과 증권이 한 공간에서 고객을 맞는 구조까지 갖췄다. 이 점포의 경쟁력은 단순히 부촌 입지만으로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도곡동과 대치동 일대 생활권, 60~70대 중심의 고객층, 장기보유 성향, 그리고 KB금융그룹 내 은행·증권 시너지가 맞물리며 차별화된 VIP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었다.
은행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있으면 증권 PB가 바로 상담하고, 증권 고객이 대출, 부동산 관련 상담을 원하면 은행 측 전문가와 곧바로 연결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김 센터장은 "과거 금리 상승기에 국채와 절세채권으로 은행 고객의 자금을 증권으로 유입시키고, 실제 수익 경험을 안겨준 것이 시너지의 기반이 됐다"고 말했다.
상속·증여 수요도 많기에 도곡 더 퍼스트에서는 세무, 부동산, 법률 관련 세미나를 수시로 열고 필요시 그룹 내 전문가와 외부 파트너를 연계해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기도 한다.7층 라운지 포함 센터 곳곳에는 가나아트와 협업해 들여온 작품이 전시돼 있다. 또 1년마다 작품을 교체하면서 고객 초청 설명회도 연다. 이처럼 도곡 더 퍼스트는 '부(富)를 '불리는 것'에서 '지키고 상속·증여하는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울러 '전문가들의 컨설팅 체계화'라는 한국 자산관리 시장의 트랜트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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