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홀인원 행운에 1타차 피 말리는 혈투까지… 고지원, 각본 없는 드라마 쓰며 통산 3승 고지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5 16:40

수정 2026.04.05 17:04

'한라산 폭격기' 고지원, 내륙 징크스 격파
피 말리는 1타차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언니 고지우와 나란히 통산 3승 고지
투어 최강 '자매 파워' 입증
'신인' 양효진·'14세 장타자' 김서아 돌풍
"내일이 더 기대되는 KLPGA"
더시에나오픈 2026 우승자 고지원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KLPGA 제공
더시에나오픈 2026 우승자 고지원이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KLPGA 제공

제주의 거센 바람을 이겨내던 소녀가 이제는 내륙의 푸른 잔디 위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떠올랐다.

프로의 세계는 언제나 냉혹하다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흘린 땀방울은 결코 선수를 배신하지 않는다는 평범하고도 위대한 진리를 고지원(22·삼천리)이 다시 한번 증명해냈다.

고지원이 3번 홀에서 그린을 파악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3번 홀에서 그린을 파악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은 5일 경기도 여주 더시에나 벨루토 컨트리클럽(파72·6586야드)에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6시즌 국내 개막전 ‘더시에나 오픈'(총상금 10억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2개와 보기 3개를 묶어 1오버파 73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그는 18번 홀까지 맹추격을 펼친 서교림(20·삼천리)을 1타 차로 힘겹게 따돌리고 개막전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1라운드부터 단 한 번도 리더보드 최상단을 내어주지 않은 완벽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자, 우승 상금 1억8000만원의 주인공이 된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투어 통산 2승(2025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S-OIL 챔피언십)을 모두 고향인 제주에서 거두며 골프 팬들에게 '한라산 폭격기'로 불렸던 고지원이다. 하지만 이번 우승으로 그는 내륙 대회 징크스를 말끔히 씻어내며 진정한 KLPGA의 강자로 발돋움했다. 그 이면에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한계까지 밀어붙인 지난 겨울의 끈질긴 인내가 숨어 있다.

고지원이 더시에나오픈2026 최종 라운드 3번홀 파세이브 홀아웃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더시에나오픈2026 최종 라운드 3번홀 파세이브 홀아웃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더시에나오픈2026 최종 라운드 3번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이 더시에나오픈2026 최종 라운드 3번홀에서 퍼팅을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은 미국 팜스프링스 전지훈련 기간 동안 혹독한 훈련을 소화했다.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올 시즌 평균 티샷 비거리는 230m까지 훌쩍 늘어났다. 3라운드에서 기록한 생애 첫 홀인원 역시 이처럼 탄탄해진 기본기와 자신감이 빚어낸 '아름다운 선물'이었다.

물론 마지막 날의 승부는 결코 순탄치 않았다. 선두가 짊어져야 할 중압감 탓인지 13번 홀과 14번 홀(이상 파4)에서 샷이 흔들리며 연속 보기를 범해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고지원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6번 홀(파5)에서 침착하게 약 3.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떨어뜨리며 승리의 균형을 다잡았고, 17번 홀(파3)에서 티샷이 벙커에 빠지는 불운 속에서도 보기로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어진 마지막 18번 홀(파4)에서 침착하게 2퍼트로 파를 지켜낸 그의 얼굴에는 비로소 환한 안도의 미소가 번졌다.

고지원(왼쪽)과 서교림이 더시에나오픈2026 최종 라운드 3번홀에서 함께 플레이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고지원(왼쪽)과 서교림이 더시에나오픈2026 최종 라운드 3번홀에서 함께 플레이를 하고 있다. KLPGA 제공

언니인 '버디 폭격기' 고지우(24·삼천리)와 함께 지난해 KLPGA 사상 최초 '한 시즌 자매 챔피언'의 감동을 썼던 그는, 이제 언니와 나란히 통산 3승 고지에 오르며 투어 최고의 '자매 파워'를 다시금 각인시켰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마지막까지 투혼을 발휘한 서교림(12언더파 276타)의 끈기 역시 큰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아울러 10언더파 278타로 단독 3위에 오르며 올해 루키의 매서움을 보여준 양효진(19·대보건설)과, 265m에 달하는 시원한 장타를 무기로 9언더파 279타(공동 4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낸 14세 중학생 아마추어 김서아(14)의 활약은 한국 여자골프의 눈부신 내일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전날 홀인원의 기운을 안고 공동 13위(5언더파 283타)로 대회를 마친 박성현(33)의 변함없는 샷 감각도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