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김희동 교수팀
온도 따라 민감도 변하는 인공 신경 반도체 개발
세계 첫 다중 감각 시스템 구현
온도 높을수록 예민하게 위험 감지
온도 따라 민감도 변하는 인공 신경 반도체 개발
세계 첫 다중 감각 시스템 구현
온도 높을수록 예민하게 위험 감지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뜨거울수록 본능적으로 '방어 태세'
이번 연구의 핵심은 기계가 외부 환경에 맞춰 스스로 민감도를 조절한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이 인공 부품이 우리 몸에서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처럼 작동한다는 사실을 수치로 증명했다.
보통 기온인 20도 안팎에서 소자가 위험 신호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전압은 약 6.5V 수준이었다. 전압이란 전기를 밀어주는 힘의 세기로, 흔히 쓰는 건전지 네 개를 합친 정도의 힘이다. 하지만 온도를 80도까지 높이자 이 기준값은 5.5V로 낮아졌다. 주변이 뜨거워지자 평소보다 더 작은 자극에도 즉각적으로 '아프다'는 신호를 내보내도록 반도체 스스로가 예민해진 것이다.
또한 자극이 사라진 후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시간은 수 초 수준으로 측정됐다. 이는 우리가 큰 자극을 받은 뒤 잠시 통증이 유지되다가 서서히 사라지는 몸의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과 매우 흡사한 특성이다.
■압력과 온도를 한 번에, 로봇의 '피부'가 되다
연구팀은 단순히 소자 하나를 개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압력 센서 및 LED 경고등과 연결한 통합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누르는 힘과 주변 온도를 동시에 감지해 위험 수준을 빛으로 알린다. 기존 기술들이 한 가지 자극에만 반응했던 것과 달리, 인간처럼 여러 감각을 동시에 처리하는 이른바 '다중 감각 시스템'을 구현해낸 것이다.
특히 이번에 개발된 소자는 티타늄과 아연 산화물을 5층으로 정밀하게 쌓아 올린 구조로, 기존 반도체 공정과 호환성이 높다. 즉, 새로운 설비를 들일 필요 없이 기존 반도체 공장에서 바로 생산할 수 있다는 실용적 강점까지 갖췄다. 덕분에 지능형 로봇이나 인공 의수 분야에 빠르게 도입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반도체 속에 담긴 생명의 원리
연구팀은 소자 내부에서 전기를 띤 산소 이온이 이동하며 전기 흐름을 조절하는 독창적인 원리를 활용해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복잡한 계산 회로 없이도 반도체 자체의 물리적 특성만으로 우리 몸이 작동하는 원리를 흉내 낸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게재되며 그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연구에는 김희동 교수의 지도 아래 황찬민 석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장유성 석사과정생과 도쿄대 채명수 박사과정생이 공동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단순한 데이터 처리를 넘어, 인간의 정교한 생체 메커니즘을 담아낼 수 있음을 보여준 중요한 이정표다. 언박싱 연구실, 오늘의 알맹이는 여기까지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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