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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發 오일쇼크 비켜간 中…전기차·재생에너지 '자립' 빛났다

뉴스1

입력 2026.04.06 14:50

수정 2026.04.07 06:04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세계 각국이 에너지 위기에 직면했으나,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6일(현지시간) 이 같은 중국의 복원력은 우연이 아니라 10년 이상 준비해 온 '에너지 자립 전략'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NY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비축유 확대, 전기차·재생에너지 확산을 통한 석유 수요 억제, 석탄을 활용한 화학 원료 대체 생산 확대 등 크게 세 가지 축으로 오일쇼크에 대비해 왔다.

특히 중국은 그간 석유 대신 석탄으로 메탄올·합성 암모니아 등 기초 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체제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왔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이 활용했던 방식을 현대화한 것으로 중국 내 화학산업 원료 조달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중국이 석유화학 원료 생산에 투입한 석탄 사용량은 2020년 1억 5500만 톤에서 2024년 2억 7600만 톤으로 급증했고, 작년엔 전년 대비 15% 늘면서 미국의 전체 석탄 소비량 2억 3000만 톤을 넘어섰다.

이런 전략은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질소비료의 핵심 원료인 요소의 경우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국제가격이 40% 이상 급등했지만, 중국산은 국제가의 절반 이하를 유지하면서 중국 농업과 제조업의 원가 부담을 낮추고 있다. 이는 전 세계 질소비료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중국이 그 80%를 석유가 아닌 석탄 기반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NYT의 설명이다.

게다가 중국은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내연기관차 시장이었으나, 현재는 세계 최대 전기차(EV) 시장으로 탈바꿈한 상태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제조업체에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직접 보조금을 지급해 온 데다, 재생에너지 분야에도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다. 그 결과, 중국의 휘발유·경유 등 정제유 수요는 2년 연속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석유·가스 소비가 이미 정점을 찍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또한 중국은 믈라카 해협 등 원유 수입 해상 루트 봉쇄에 대비해 2004년 긴급 비축유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근 수개월간 비축유를 적극적으로 늘려온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의 작년 원유 수입량 증가율은 전년 대비 4.4%로 소비 증가율 3.6%를 웃돌았다.

NYT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집권 1기 때부터 중국 당국의 이 같은 전략이 가속화됐다고 전했다. 이 시기 미·중 무역전쟁 및 기술 대결이 촉발되면서 중국 지도부가 에너지 '자립' 노선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간 석유 사용량의 4분의 3가량을 수입에 의존해왔다.

독일 화학기업 BASF의 중국 대표를 27년간 맡았던 요르그 부트케 또한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하는 모든 행동이 베이징의 자립을 더 촉진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 같은 에너지 전략은 외교적 자산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에너지 부족 사태에 직면한 베트남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지난달 중국 측에 에너지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는 "역내 에너지 안보를 위해 협력을 강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독일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의 요한나 크렙스 연구원은 "중국은 이번 사태를 자급자족 노선에 대한 격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