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헬스&뷰티 기획 <탈모 전문가 100인 인터뷰>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 문제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정상적으로 있어야 할 것들이 부재할 때 그것은 상실을 불러옵니다. 우리에게 깊고 무거운 상실을 일으키는 존재, 시대 문제의 화두로 떠오른 탈모. 탈모를 바로 마주하고 극복하기 위해 탈모 치료 1세대 개척자인 의학박사를 시작으로 100인의 탈모 전문가를 만납니다. ‘탈모’라는 두 글자 뒤 펼쳐질 새로운 이야기들을 기대해 주세요.
이하 기자는 ‘김’ 최광성 교수는 ‘최’로 표시합니다.
여성형 탈모 환자의 심리적 스트레스 이해해야
김: 2023년 대한피부과학회 학술지에 ‘여성형 탈모증 환자의 삶의 질 및 심리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로 2025년 과학기술우수논문상도 수상했는데, 탈모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높은 남성 환자가 아닌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한 이유가 있나.
최: 남성 탈모는 사회적으로 흔하게 여겨지며 어느 정도 용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성 탈모는 상대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소외감과 우울감 등 심리적으로 강하게 더 고통받는 이유가 된다. 해당 연구는 여성 환자들이 겪는 정신사회적(Psychosocial)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 연구 내용과 결과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달라.
최: 연구는 인하대병원에 내원한 여성 탈모증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1년 이상 진행했다. 구체적인 연구 내용은 탈모로 인한 우울과 불안의 정도, 경제적으로 환자에게 어느 정도 부담이 되는지 알 수 있는 의료비 지출 현황, 그리고 삶의 질 등이다. 해당 연구로 남성형 탈모 환자보다 여성형 탈모 환자에게서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탈모가 심할수록, 탈모 진행 기간이 길수록 삶의 질 저하가 두드러졌다.
김: '치료'에 관한 연구가 아닌 '삶의 질' '심리'에 대해 연구한 것이 인상깊다. 해당 연구로 이루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최: 탈모가 있다고 하여 몸이 아픈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성형 탈모 환자들의 심리적 스트레스는 남성형 탈모 환자와는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때문에 여성형 탈모 환자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단순히 탈모를 치료하는 것을 넘어서서 향후 탈모 치료의 질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여성형 탈모, 심할 경우 전두탈모로 이어지기도
김: 여성형 탈모에 관한 이야기가 더 필요해 보인다. 여성형 탈모가 남성형 탈모와 구분되는 이유가 있나.
최: 원인과 증상이 다르다.
김: 여성형 탈모도 남성형 탈모와 같이 전두탈모(대머리) 단계까지 진행되기도 하나.
최: 드물지만 전두탈모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또 10대 중반에도 여성형 탈모가 진행되기도 한다. 설명했듯 여성형 탈모 사례가 많지 않아 사회적으로 그 심각성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일찍 탈모가 찾아올수록, 심하게 탈모가 진행될수록 삶의 방향 자체가 바뀌는 경향을 보인다.
미녹시딜은 여성형 탈모의 유일한 치료제
김: 여성형 탈모가 시작되었을 때 빠르게 대응할 수는 없나. 남성형 탈모는 호르몬 억제제를 복용했을 경우 예방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효과를 보이질 않나.
최: 부신에 이상이 있거나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환자에게서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 경우 남성호르몬 수용체를 차단하는 약물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당 치료를 할 수 있는 환자는 열에 한 명이다. 여성형 탈모는 다인자, 그러니까 여러 요인이 결합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현재로써는 혈관확장제인 미녹시딜 외용제를 공통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탈모치료제로써 세계적으로 인정된 약물 중 하나다.
김: 미녹시딜을 쓰면 차도가 있나.
최: 미녹시딜을 꾸준하게 바르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매일, 꾸준하게 두피에 무언가를 바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연구들을 살펴보면 1년간 바르는 약을 처방했을 때 끝까지 지속하는 환자는 10명 중 1명도 되지 않는다. 때문에 최근에는 편의성을 고려하여 저용량의 미녹시딜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탈모에 미녹시딜을 복용하는 것은 미국 FDA나 한국 식약처에서도 승인된 치료가 아니며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다.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여 신중하게 복용해야 한다.
식생활 서구화로 탈모 유병률 증가, 가족력까지 있다면 조기에 점검
김: 오랜 시간 여성형 탈모 환자를 위해 매진해 왔다. 최근 한국에서 탈모 환자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헤드라인을 많이 접한다. 여성형 탈모 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나.
최: 데이터로 증명할 수는 없다. 그러나 진료실에서 체감하기로는 많이 늘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먼저 과거에는 탈모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지 않았겠나. 점차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탈모를 자각하고 진료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으로 예상한다. 또 생활 습관이 서구화된 탓도 한몫할 것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습관들은 탈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쟁 사회에서 스트레스를 피하기란 매우 어려운데, 스트레스 역시도 탈모에 영향을 미친다. 사실 건선, 아토피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흔하지 않던 염증성 질환들도 많이 늘어났다. 모두 연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 여성형 탈모는 서서히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빠르게 인지할 수 있는 팁은 없나.
최: 그렇다. 여성형 탈모는 서서히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빠르게 인지하기 어렵다. 모발이 힘없이 주저앉거나 머리를 묶을 때 손에 잡히는 양이 줄었다고 느낀다면 점검해 보는 것도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남성형 탈모만큼은 아니지만 유전적인 경향을 보이기도 하니 말이다.
'한국인 전용'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다
김: 주제를 바꾸어 ‘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자 한다. 한국인의 특성에 맞추어 근거 중심의 가이드라인을 정립했다. 한국인의 탈모가 외국인의 탈모와 구분되는 이유가 있나.
최: 원칙적으로 외국과 구분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치료에 있어서 문화적인 배경과 의료보험, 규제 등을 반영하는 것이 옳지 않겠나. 우리나라의 식약처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엄격한 편이기 때문에 규정 안에서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든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승인이 나지 않고 고가에 속한다면 권할 수 없다.
김: 여성형 탈모와 남성형 탈모를 예로 든다면.
최: 여성형 탈모는 바르는 미녹시딜을, 남성형 탈모에는 5알파환원효소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하되 약물 치료가 있으면 수술적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큰 줄기다. 저출력 레이저를 보조로 사용할 수 있다. 먹는 미녹시딜은 아직 가이드라인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았다.
'예외' 둔 원형탈모 가이드라인, 환자 부담 고려해 의료보험 여부에 따라 처방
김: 원형탈모에도 가이드라인이 있나.
최: 원형탈모 분야에서는 연령과 범위에 따라서 가이드한다. 탈모 범위가 50% 이상이라면 중증으로 보지만 삶의 질이 저하되었거나 눈썹과 속눈썹 소실이 함께 일어나는 경우에도 중증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주로 면역억제제를 사용하고 3개월 정도 사용한 후에도 차도가 없을 경우 신약인 잭(JAK) 억제제를 권하는 수순이다. 잭 억제제를 바로 권할 수 없는 이유는 아직 의료보험의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다 경증인 원형탈모 환자에게는 면역 치료, 바르는 약 DPCP, 자외선 치료 등을 권할 수 있다.
김: 의료보험 여부를 우선으로 두었다니 환자 중심의 가이드라인으로 보인다. 해당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최: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을 감안하여 탈모 치료의 ‘최선’을 제안하고자 했다. 또 향후 새로운 약물을 포함한 새로운 의료 기술이 개발되면 재개정을 통해 최선의 치료를 유지하고자 한다.
김: 마지막 질문이다. 환자, 의료계, 정부 어디라도 좋다. 전하고 싶은 메세지가 있나.
최: 탈모를 두고 '고칠 수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고칠 수 있지만, 고치지 못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그 말은 고치지 못한다는 불확실한 미래에 고통 받는 환자가 많다는 것과도 같다. 이미 고통스러워하는 탈모 환자에게 지나친 관심을 보내기보다 비 탈모인을 대하듯 일상적으로 대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보호자, 주변인, 사회 모두에 당부하고 싶은 말이다.
여성형 탈모 환자는 드물다. 드물기 때문에 언제나 관심 밖이다. 그러나 최광성 교수는 인터뷰 내내 그 '드물다'는 특수성이 어떤 문제를 가져오는지 강조했다. 이제 우울과 불안, 고립감과 소외감까지 여성 탈모 환자의 정신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때다. 여성형 탈모 환자에 관련한 연구가 활발하게 지속되어 '완벽하게 고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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