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고려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전태훈 교수팀
대장암 면역항암제 효과 떨어뜨리는 원인 밝혀
반응률 10% 벽 깨고 대장암 정복 돌파구 제시
대장암 면역항암제 효과 떨어뜨리는 원인 밝혀
반응률 10% 벽 깨고 대장암 정복 돌파구 제시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 10%의 벽을 넘을 새로운 무기
이번 성과는 특히 면역치료가 잘 듣지 않아 고통받던 대다수의 대장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장암 환자의 약 85%는 암세포가 스스로의 결함을 너무나 잘 숨기는 특성(전문 용어로 pMMR/MSS 유형) 때문에 면역세포가 적군을 찾아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로 인해 기존 면역항암제를 투여해도 치료 반응률이 10% 이하에 머무는 등 치료에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찾아낸 MAFB 단백질 조절 기술을 활용하면, 암세포 주위의 무력화된 환경을 다시 '면역 활성'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 앞으로 이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약물이 개발된다면, 기존 치료제와 함께 사용해 대장암 완치율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표준 치료 전략이 될 것이다.
■ 62명 환자 데이터로 입증한 '방해꾼'의 정체
연구팀은 왜 대다수 환자에게 면역치료가 듣지 않는지 풀기 위해 대장암 환자 62명과 비환자 36명의 종양 환경을 세포 하나하나 분석할 수 있는 정밀 기술로 분석했다. 그 결과, 치료가 안 되는 환자들의 암세포 주변에는 '종양관련대식세포' 내부에 MAFB라는 단백질이 유독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MAFB 단백질 수치가 높을수록 면역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낮아지는 선명한 반비례 관계를 확인했다. MAFB가 많을수록 우리 몸의 방어 체계가 작동하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었던 셈이다.
더 놀라운 반전은 MAFB 단백질을 제거했을 때 일어났다. MAFB는 원래 대식세포를 암세포의 조력자로 만드는 3가지 핵심 물질(ARG1, IL-4, IL-10)의 생성을 지시하는 '유전자 스위치'(전사조절인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연구팀이 이 스위치를 끄자(MAFB 제거), 종양 내부 환경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환경으로 180도 뒤바뀌었다.
그 결과, 암세포를 직접 타격하는 아군 면역세포들의 공격력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 물론 실제 신약으로 탄생하기까지는 추가적인 연구와 임상 시험이 필요하지만, 이번 연구는 치료 반응률 10%의 벽에 갇혀있던 대장암 치료에 가장 확실한 이정표를 제시했다.
■ 연구 주역과 학술지
이 중요한 발견은 고려대 융합생명공학과 전태훈 교수 연구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뤄졌다. 이번 연구에는 최상필 박사, 양준 박사, 박인병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이 성과를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의 저명한 국제 학술지인 '트랜슬레이셔널 리서치(Translational Research)'에 발표하며 그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번 연구는 실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료의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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