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나 휴전 협상 합의가 없으면 “한 문명을 초토화시키겠다”며 이란을 압박하는 가운데ㅡ 금융 시장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마감 시한 오후 8시가 가까워지면서 투자자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막판에 결국 꽁지를 물고 달아나는 ‘타코(TACO)’를 되풀이할지, 스스로 선언한 전면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지 도무지 알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막판에 마감 시한을 연장하고, 불확실성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위기 고조
마감 시한을 앞두고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우선 외교적 돌파구가 막혔다.
이란은 휴전이 아닌 종전을 요구하며 버티고 있고, 미국은 직접 대화를 멈추고 중재국을 통한 협상에만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호르무즈 해협 개방’ 결의안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부결됐다.
군사적 긴장은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가 이란 원유 수출 핵심 요충지인 하르그섬 내 군사 목표물 타격을 지시했다. 이 공격으로 미국 유가가 급등했다.
트럼프는 아울러 이날 오후 8시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 “문명 전체가 사멸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위협을 가했다.
타코와 불확실성 지속
핵 협상이 한창 진행되고, 협상 결과도 좋다는 보도가 나온 가운데 돌연 2월 28일 시작된 전쟁 이후 투자자들은 매일같이 바뀌는 헤드라인과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내용을 파악하며 심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최후통첩과 소셜미디어 선언을 모니터링하는 것이 월스트리트 전문가와 개인 투자자 모두의 일상이 됐다.
이날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워싱턴 트러스트 자산운용의 리처드 셸던 부사장은 “대통령이 분명 배수진을 쳤지만 전에도 이를 바꾼 적이 있다”며 지금은 그저 초조하게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하이퍼리퀴드의 트레이더 루크 캐넌은 트럼프가 막판에 마감 시한을 연장하고, 현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불안감이 높아진 상태에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뜻이다.
캐넌은 “트럼프가 물러나더라도(타코), 세상이 앞으로도 혼란스러울 것이라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이 매물을 던질 것”이라면서도 “그 전에 반짝 가격 상승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표류하는 시장
트럼프의 다음 행보가 무엇일지 아무도 모른다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 시장이 표류하고 있다는 한탄도 나온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헬리마 크로프트 RBC 캐피털 마켓 전략 책임자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시장이 현재 ‘트럼프 리스크’와 ‘지정학적 실재’ 사이에서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이 하르그섬을 폭격해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한 직후 나온 발언이다.
크로프트는 “배럴당 115달러는 시작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이 트레이더들의 가장 큰 공포”라고 지적했다.
유가 폭등은 재료비 부담으로 이어져 전반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초래하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만든다. 장기화하면 금리 인상으로 통화정책 궤도가 수정될 수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