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들이 이란 전쟁 같은 글로벌 충격에 더 취약해졌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헤지펀드 같은 ‘변덕스러운(flighty)’ 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최근 수년 사이 높아졌기 때문에 충격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IMF는 다음 주 연례 총회를 앞두고 발간한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우려했다.
보고서는 외국인들의 신흥국 주식, 채권 매수 증가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IMF에 따르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외국인들의 매수 규모가 8배 폭증했다.
보고서는 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규모가 2006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평균 15%로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이들 외국인 자본의 80%가 헤지펀드, 투자 펀드 같은 비은행 자본이라는 점이 골칫거리다. 20년 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난 이들 비은행 자본의 비중이 위기 시에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IMF는 이런 자본 유입은 “은행 자본에 비해 글로벌 위험 요인에 훨씬 더 민감히 반응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높다”면서 “중동 전쟁 속에 그 위험이 전면으로 부상했다”고 경고했다.
신흥국 불안은 가시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 이집트 파운드화는 미국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15% 가까이 급락했다. 외국인 자본이 채권시장에서 80억달러 빠져나간 것이 주된 원인이다.
튀르키예는 리라화 급락을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하면서 금 보유량이 급격히 줄었다.
IMF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 신흥국 시장이 타격을 입는 와중에 외국인 자본 이탈이라는 이중고가 겹쳐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인 자본 이탈은 “대외 금융 압박을 가중시키고, 자본 조달 비용을 높이며,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을 촉발해 금융 경색을 유발하고, 경제 성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IMF 분석에 따르면 헤지펀드는 가장 변덕이 심한 자본이다.
‘월가 공포지수’라고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가 약 7%p 뛰자 헤지펀드들의 신흥국 증권 보유 규모는 1.3% 감소하기도 했다.
반면 같은 환경에서 뮤추얼펀드는 감소폭이 절반 수준인 0.6%에 그쳤고, 보험과 연기금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보고서는 아울러 ‘사모대출(private credit)’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신흥국들에서도 사모대출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어 부담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IMF 추산에 따르면 신흥국에 대한 비은행 투자자들의 대출(사모대출)은 지난 10년 간 5배 폭증해 500억~1000억달러 수준으로 불어났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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