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익 사업 매각·성장 투자 목적이 배경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기업들이 지난해 실시한 인수합병(M&A) 건수와 금액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8일 보도했다. 투자자들로부터 경영 효율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강해지면서 수익성이 낮은 사업을 분리·매각하는 사례가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 악화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사업 측면에서 선택과 집중을 추진하는 움직임이 강화되며 M&A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M&A 자문회사 레코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이 매수자 또는 매도자로 참여한 M&A(지분 투자 포함)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5228건을 기록했다.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85년 이후 최대이자 2년 연속 최대치다.
특히 지난해에는 투자자들의 요구에 따른 사업 매각이 눈에 띄었다. 삿포로홀딩스는 지난해 12월 복합상업시설 '에비스 가든 플레이스(도쿄)'를 포함한 부동산 사업을 해외 투자펀드 연합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최대주주인 싱가포르계 펀드가 주력인 주류 사업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부동산 사업이 경영의 안이함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하며 부동산 사업 분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파나소닉 홀딩스 역시 수익성이 낮다고 판단한 주택설비 자회사를 YKK에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성장을 목적으로 한 M&A도 활발했다.
NEC는 미국 사업 확대를 위해 고객관리 지원 시스템을 제공하는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인수 금액은 NEC 사상 최대인 약 4400억엔이다. 스미토모임업도 미국 단독주택 사업 확대를 목표로 미국 주택 대기업을 약 6500억엔에 인수한다.
도요타자동차 그룹의 모태 기업인 도요타자동직기가 비상장화를 목표로 지난달까지 진행한 총 5조9000억엔 규모의 공개매수(TOB)와 히사미쓰제약의 경영진 자사주 매입(MBO) 역시 적대적 인수를 방지하거나 장기적 관점의 성장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M&A가 늘어난 배경에는 상장기업에 성장 투자를 촉구하는 정부와 주식시장의 압박도 있다.
일본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는 올 여름 개정을 목표로 하는 ‘기업지배구조 지침’에서 경영 자원의 배분 방식을 투자자에게 명확히 제시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현금을 과도하게 보유하거나 단기적 주주환원에 치중해 성장 투자가 부족하다는 시장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후계자 부족으로 사업 승계가 어려운 중소기업 매각이 증가한 것도 M&A 증가 요인이다.
올해는 중동 정세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금리 상승으로 M&A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주가 하락을 기회로 보거나 실적 악화 전에 사업을 매각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개업체 M&A 캐피털 파트너스의 쓰지이 다케히로 집행임원은 “매수와 매도 모두 여전히 의지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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