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조건부 개방 허용
"軍 조율하에 2주간 안전통행 가능"
통행료 부과로 통제권 유지 시도
물류·에너지 수급 정상화 불투명
"軍 조율하에 2주간 안전통행 가능"
통행료 부과로 통제권 유지 시도
물류·에너지 수급 정상화 불투명
7일(현지시간) 미국·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전격 합의하면서 개전 이후 전 세계 경제의 목줄을 죄었던 호르무즈해협 봉쇄도 해제 수순을 밟게 됐다. 다만 이란이 해협의 무조건적이고 완전한 개방이 아닌 자국군 통제하의 조건부 개방을 고수하고 있는 데다 전례 없는 천문학적 통행료 부과 방침까지 기정사실로 하면서 물류 및 에너지 수급 정상화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양국이 2주 뒤 열릴 핵심 협상에서 근본적인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경우 호르무즈해협은 언제든 다시 닫힐 수 있다는 불안감도 시장에 팽배하다.
■통행료 시대 공식화하나
미국의 대이란 공격 중단과 맞교환된 호르무즈해협 개방조치는 국제사회가 요구해 온 '무조건적 자유항행' 원칙과는 거리가 멀다. 이란은 지난 2월 28일 미군 공격 직후 압도적인 군사력 격차를 만회하기 위해 세계 경제를 볼모로 잡는 비대칭 전략으로 해협을 전면 통제했고, 이 전략의 유효성을 확인한 만큼 통제권을 쉽게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군과 조율해 기술적 한계에 대한 적절한 고려와 함께 2주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 것은 선박의 항로 지정이나 이란군의 사전 승인 등 철저한 감시와 관리 체제 아래에서만 통항을 허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가장 큰 쟁점은 통행료 징수 여부다. 호르무즈해협은 가장 좁은 폭이 54㎞에 불과해 이란이 손쉽게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형이지만, 엄연한 국제수로여서 통행료가 부과된 적은 없다. 그러나 이란과 오만은 이번 2주 휴전 기간을 기점으로 해협 통과 선박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협상 과정에 정통한 한 중동 지역 당국자는 AP통신에 "2주간 휴전 계획에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통행료를 부과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며 "이란이 거둬들인 자금을 재건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CNN은 이란이 해협 통과 대가로 선박당 최대 200만달러(약 30억원)를 청구해 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재건 시작할 수 있어" 묵인
국제 해상질서를 흔드는 이란의 노골적인 해협 통제 및 요금 징수 시도에 대해 미국은 사실상 용인하는 듯한 기류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의 통행정체 해소를 도울 것"이라며 "많은 긍정적인 조치들이 있을 것이며 큰 수익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란은 재건 절차를 시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거둬 자국의 전후 재건비용으로 충당하겠다는 구상을 미국이 휴전 조건으로 일정 부분 수용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트럼프는 이어 "우리는 모든 종류의 물자를 가득 싣고, 모든 것이 잘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주변에 머물며 지켜볼 것"이라며 "지금 미국이 경험하는 것처럼 중동의 황금기가 될 수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미국 입장에서도 유럽과 아시아 국가경제의 심각한 타격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우려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던 만큼 일단 해협 재개방이라는 가시적 성과를 우선순위에 둔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이란의 실질적 통제권 행사와 비용 청구는 글로벌 선사들에 막대한 부담이자 새로운 리스크 요인이다. 해운업계와 보험사들은 높은 통행료는 물론 항행경로와 안전보장 기간이 불투명하다는 점 때문에 즉각적인 항로 복귀를 주저하며 신중한 태도를 견지 중이다.
페르시아만에 갇힌 선박 800여척의 소유주들은 호르무즈해협 통행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현재 걸프 해역에 묶인 선박들은 원유·콘덴세이트 운반선 97척, 정제유 운반선 121척, 석유화학 제품·바이오연료 운반선 208척,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34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9척 등이다. 해협 밖에도 200여척이 대기 중이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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