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정자 생성만 멈추고 성욕은 그대로"… 부작용 없는 남성 피임약 현실로 [건강잇슈]

성민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9 19:00

수정 2026.04.09 19:00

남성의 정자. /사진=연합뉴스
남성의 정자.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콘돔과 정관수술에 국한됐던 남성 피임 수단의 선택지가 넓어질 전망이다. 스위치를 끄듯 정자 생성만 선택적으로 차단하면서도 성욕 저하 등 부작용이 없는 새로운 피임 기술이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입증했다.

여드름·성욕 감퇴 등 호르몬 부작용 없는 기전 발견

8일 학계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코넬대 폴라 코언 교수 연구팀은 호르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정자 생성을 가역적으로 중단하는 기전을 발표했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그동안 남성용 피임약 개발이 지연된 주요 원인으로는 호르몬 부작용이 지목돼 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기존 방식은 여드름·체중 증가·성욕 감퇴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호르몬 대신 정자 세포가 형성되는 감수분열(Meiosis) 과정에 주목했다. 저분자 화합물 'JQ1'을 통해 정자 형성에 필수적인 특정 단백질 복합체를 선택적으로 억제, 정자가 성숙 단계에 이르지 못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동물실험에서 약물을 투여받은 수컷 쥐는 암컷과 교배 시 임신이 발생하지 않아 피임 효과가 확인됐다. 고환 내 줄기세포 손상 없이 정자 형성 과정만 억제한 점도 특징으로 꼽힌다.

정자 생성 회복도 가능... 동물실험 단계, 안전성 검증 필요

회복 가능성도 확인됐다. 투여 중단 약 6주 후부터 정상적인 정자가 다시 생성됐으며, 이후 태어난 개체에서 신체적·행동적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다음 세대의 번식 능력에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향후 일정 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주사제나 피부 부착형 패치 형태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코언 교수는 기술 상용화를 위한 바이오 스타트업 설립을 준비 중이며, 기업 설립 후 2년 이내 임상시험 진입을 1차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번 연구는 동물실험 단계로, 인간 대상 적용을 위한 안전성 검증과 임상시험이 추가로 필요하다.
코언 교수는 "이번 연구는 남성이 자신의 가임력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가역적 방법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호르몬 부작용 없이 피임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