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fn광장

[fn광장] '사립대학 진흥법' 제정 시급하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9 18:08

수정 2026.04.09 18:29

美·日 대학 경쟁력이 국가의 초석
韓 4년제 대학의 80%인 사립대학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서 소외
'사립대학 진흥법' 신설 재정 지원
독립적·창의적인 연구여건 조성
글로벌 인재양성의 터전 다져야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20세기 이후 글로벌 초강대국의 지위를 놓지 않고 있는 미국. 우리가 좋아하든 아니든, 전 세계가 전쟁의 포화에 휩싸이고 경제위기를 맞는 와중에도 여전히 힘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미국. 이 나라의 경쟁력의 원천은 과연 무엇인가. 신대륙 개척기부터 전 세계에서 인재들이 몰려왔고, 이들의 자유롭고 진취적인 실험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풍족한 재정 자원이 있었고, 그 자원을 축적하고 활용해 인재들의 실험정신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준 대학이 있었다. 오늘날 미국의 경쟁력은 곧 대학의 경쟁력이다. 자유와 혁신의 대학 정신이 초강대국 미국의 초석이었다.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서울대 10개 만들기'도 대학이 곧 미래의 국가 경쟁력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됐다. 비수도권 국립대학들의 발전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도 역시 국가 경쟁력의 중요한 한 요소라는 점에서 충분히 수긍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193개 4년제 대학의 약 80%는 소위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에서 소외된 사립대학이라는 데에 있다. 다수인 사립대학을 배제한 국립대학 지원만으로 대학이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나라의 전통 있는 사립대학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파탄된 국가재정으로는 양질의 고등교육을 제대로 지원할 수 없던 시기에 국가 재건을 위한 열망으로 자생적으로 시작했다. 미국 등 우방의 지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소중한 민족자본의 기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사립대학들은 어려운 여건하에서도 국가 인재를 키워냈고, 이들이 훗날 경제발전과 민주화 시대의 주역이 됐다. 그런 사립대학들이 여전히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된다면 그 자체로 국가 미래의 큰 손실이다.

비슷한 역사적 경험을 한 일본도 2025년 현재 795개 4년제 대학 중 사립대학 비중이 약 77%에 이른다. 그런데 일본은 1975년 제정된 '사학진흥조성법'에 의해 매년 경상비 예산 약 4조원을 포함, 전체 약 5조원의 예산을 사립대학에 지원한다. 사립대학도 국가의 소중한 공적 교육 및 연구 자산이라고 보며, 이에 대한 지원으로 국가의 공동선을 추구한다는 명분이 충분한 설득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025년 8월 '사립대학 구조개선 지원법'이 우리 국회를 통과해 공포됐다. 그러나 이 법은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사립대학의 정상화를 위한 구조개선, 해산 및 청산을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정부와 국회가 고등교육의 본질적·균형적 발전을 통한 국가 대계에 진정한 관심이 있다면, 이제 사립대학에 대한 지속적 경상예산 지원을 위한 '사립대학 진흥법' 신설 제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17년째 묶어둔 대학등록금을 연 1~2% 인상한다고 우리 대학의 재정여건이 당장 나아지지 않는다. 미래지향적 연구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힘들다. 사립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부모의 납세의무로 조성된 국가재정의 당당한 수혜자가 되는 것이 맞다. 그리고 사립대학에서 이루어지는 획기적 연구성과가 바로 국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면, 국가재정의 사립대학 지원은 충분한 명분을 갖는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제 우리 모두의 국가 공동체 자산인 사립대학 경상예산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을 위해 헌법소원이라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은 안정적인 사립대학 재정 문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독립적이고 창의적인 미래 연구와 교육 혁신의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 실패해도 얼마든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연구여건이 마련되어야 더 크고 도전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글로벌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K과학기술도 비로소 가능해진다. 그 성과는 연구자 개인이나 대학의 소유가 아닌 국가 전체의 자산이 될 것이다. 양질의 K고등교육 콘텐츠를 외국 대학과 글로벌 시민에게 수출할 수 있는 전방위 교육 플랫폼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이미 일류이지만 대학은 한참 떨어진다는 오명을 벗을 수 있도록 과감한 도전의 토대를 만드는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 대학이 키운 미래 인재가 글로벌 일류가 되어야 하고 우리 대학의 연구 성과가 글로벌 표준이 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바와도 같이, 국가 이익을 위해서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없다.
국가의 고등교육과 국가 미래에 대한 비전이 분명하다면, 어떤 정치적 이유로도 국가의 소중한 고등교육과 연구의 자원인 이 나라의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재정 지원 법안과 정책을 막을 수 없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