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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타율 0.083' 천하의 이정후가 어쩌다… 1할 늪에 빠진 천재의 잔인한 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09 18:16

수정 2026.04.09 18:16

하루 만의 선발 복귀에도 4타수 무안타… 굳게 닫힌 방망이
시즌 타율 0.143 곤두박질… KBO 타격왕에게 낯선 '1할' 꼬리표
한복판 실투에 땅볼, 루킹 삼진까지… 돌파구 보이지 않는 짙은 아쉬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MLB 뉴욕 메츠와 경기 3회 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이정후는 2타수 무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는 7-2로 승리했다.뉴시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2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MLB 뉴욕 메츠와 경기 3회 말 무사 만루 상황에서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치고 있다. 이정후는 2타수 무안타 1타점 1득점 1볼넷을 기록했고, 샌프란시스코는 7-2로 승리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배트가 또다시 침묵했다. KBO리그를 평정했던 '타격 기계'의 위용은 온데간데없고, 1할대 타율이라는 참담한 숫자가 그의 이름 옆에 자리했다. 천하의 이정후가 메이저리그(MLB)의 높고 차가운 벽 앞에서 끝없는 부진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이정후는 9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2026 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 5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경기를 마쳤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시달리던 그는 전날(8일) 경기에서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아픔을 겪었다.

벤치에서 숨을 고르며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뒤 하루 만에 다시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기대했던 반등은 없었다.

세부 기록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무안타로 이정후의 시즌 타율은 0.143(42타수 6안타)까지 곤두박질쳤다. 특히 4월 들어서는 24타수 2안타, 월간 타율이 무려 0.083이라는 믿기 힘든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콘택트 장인'이라 불리던 이정후의 야구 인생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었던 지독한 슬럼프다.

타석에서의 타격 내용도 팩트만 놓고 보면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2회말 첫 타석에서 필라델피아 우완 선발 애런 놀라의 스트라이크존 한복판에 몰린 실투성 체인지업을 공략했으나, 타구는 내야를 벗어나지 못하고 2루수 땅볼에 그쳤다. 이정후의 장점이었던 정교한 타격 매커니즘과 타이밍이 현재 정상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진 3회와 6회에도 각각 중견수 뜬공과 2루수 땅볼로 물러난 이정후는 8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좌완 불펜 호세 알바레도의 높은 컷 패스트볼에 대처하지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하며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정후의 기나긴 침묵과 대조적으로 소속팀 샌프란시스코는 라파엘 데버스의 3점 홈런 등을 앞세워 필라델피아를 5-0으로 완파하며 2경기 연속 영봉승을 달렸다.
팀의 투타 밸런스가 안정세를 찾아가는 상황이기에, 중심 타선에 배치된 이정후의 부진은 벤치의 계산을 헝클어뜨리며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다.

변화무쌍한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볼 배합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날카로운 제구에 철저히 고전하고 있다.
타격 천재가 맞이한 데뷔 이래 가장 혹독한 시련. 2026년 메이저리그의 봄은 이정후에게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잔인하게 흘러가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