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바닥이 얼마나 좁은데… "
미운털 박힐까 신고 쉽지 않아
"곧 준다"는 말 믿었다 뒤통수
하도급 구조상 법 우회한 채용
노봉법은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임금 지급 규정도 명확히 해야"
미운털 박힐까 신고 쉽지 않아
"곧 준다"는 말 믿었다 뒤통수
하도급 구조상 법 우회한 채용
노봉법은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임금 지급 규정도 명확히 해야"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일한 대가를 주지 않은 금액은 2조679억원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각각 6147억원과 4166억원으로 전체 피해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모두 국내 경제를 짓눌렀던 경기둔화의 직격탄을 맞은 업종이다. 실물 경제의 허리인 제조업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소비 위축으로 생산 지표가 곤두박질쳤다.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수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공장 가동률은 떨어졌고 이는 영세 협력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전이됐다.
건설업도 비슷했다. 가파르게 치솟은 금리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막았고, 건자재 가격 폭등은 중소 건설사들의 자금난을 불러왔다. A씨가 속했던 재하청 업체와 같은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는 업체들도 잇따랐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을 보면 2025년 제조업계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384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1만4000명 감소하면서 7개월째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건설업계 가입자 수 역시 74만7000명으로 29개월 연속 줄어들었다. 경기 불황이 고용 안정성 추락으로 확장됐다는 의미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다단계 재하도급 구조가 업계에 만연하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로 시장에서는 거론된다. 원청부터 하청, 재하청이 촘촘히 얽혀있는 상황에서 법을 우회하는 형식의 채용과 계약 관행이 이어졌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해야 할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진다는 설명이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하청 노동자에 대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한 하도급사에서 근무했던 건설업 종사자 B씨(56)는 "임금과 장비 임대료를 받지 못해 1억원 넘는 금액이 체불됐다"면서 "주변에 빚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채무조정 신청을 하거나 생계 수단과 다름없는 트럭을 팔아 할부를 갚고 다른 트럭을 사는 지인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편을 주문했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지연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경우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퇴직금을 포함한 모든 체불임금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전문대학원 교수 또한 "하도급 구조에서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도록 임금 지급 책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업계의 경영난과 업무 중단, 회생절차 신청 등이 맞물릴 경우 이들 업종의 임금체불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취지다. 최기일 현장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업계가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인력 구조와 임금 체계도 안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박성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