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광주 원정… 헬멧 벗은 노장과 팬들의 뜨거운 환대
양현종 앞 판정승, 전상현 상대 역전 2루타… 경기를 지배하다
새 얼굴들로는 못 채운 '100타점 해결사'의 묵직한 존재감
이틀 연속 아치 쾅! 2년 26억, 삼성 팬들 웃게 한 '초특급 혜자 계약'
양현종 앞 판정승, 전상현 상대 역전 2루타… 경기를 지배하다
새 얼굴들로는 못 채운 '100타점 해결사'의 묵직한 존재감
이틀 연속 아치 쾅! 2년 26억, 삼성 팬들 웃게 한 '초특급 혜자 계약'
[파이낸셜뉴스] 시간이 멈춘 듯한 파괴력이다. 불혹을 훌쩍 넘긴 43세의 나이에도 타석에 서면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은 리그 최고 수준이다.
9년 만에 푸른 유니폼을 다시 입고 광주를 찾은 삼성 라이온즈의 베테랑 타자 최형우가 친정팀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무자비한 맹타를 휘두르며 '최형우 더비'의 진정한 지배자로 우뚝 섰다.
삼성과 KIA의 2026시즌 첫 주중 3연전은 일찌감치 최형우의 광주 방문으로 야구팬들의 뜨거운 시선을 모았다. 2017년부터 9년간 호랑이 군단의 유니폼을 입고 두 번의 통합 우승(2017, 2024년)을 이끌었던 영광의 주역이 다시 사자 군단으로 돌아와 치르는 첫 맞대결이었기 때문이다.
경기에 앞서 박진만 삼성 감독은 "KIA를 상대하지만 집에 돌아온 것처럼 심리적으로 편할 것"이라고 든든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이범호 KIA 감독 역시 "선수와 감독 시절 모두 우승을 합작했던 선수라 애착이 크지만, 우리를 상대로는 썩 잘하지 못했으면 한다"고 뼈있는 농담을 덧붙이며 묘한 긴장감을 형성했다.
승부의 세계는 냉정했지만, 낭만은 살아있었다. 7일 3연전의 첫 경기, 1회초 1사 후 첫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조용히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9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연호해 준 3루 측 KIA 홈팬들과 중앙 응원석을 향해 깊은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광주의 팬들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아낌없는 기립 박수로 전설의 귀환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하지만 감동의 순간도 잠시, 헬멧을 다시 고쳐 쓴 최형우는 냉혹한 승부사로 돌변했다. KIA의 상징인 선발 양현종을 상대로 두 타석 연속 볼넷을 골라내며 출루 본능을 과시한 그는, 승부처였던 8회부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1-3으로 뒤지던 8회초 1사 1, 2루 상황, 구원 등판한 전상현을 상대로 우측 파울 라인을 타고 흐르는 날카로운 1타점 적시 2루타를 터뜨렸다. 이 한 방은 꽁꽁 묶여있던 삼성 타선의 혈을 뚫어냈고, 이후 디아즈, 김영웅, 강민호의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단숨에 6-3으로 전세를 뒤집는 완벽한 도화선이 됐다.
그의 방망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7-3으로 리드를 잡은 9회초 무사 1, 3루 찬스에서는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쐐기 3점 아치(시즌 3호)를 쏘아 올리며 무려 4타점 경기를 완성, 팀의 10-3 대승을 맨 앞에서 이끌었다.
이튿날인 8일 경기에서도 거침없는 타격감은 이어졌다. 3-12로 크게 끌려가며 분위기가 침체될 수 있었던 4회초, KIA 우완 김태형과 풀카운트 혈투 끝에 시속 147km짜리 예리한 몸쪽 직구를 결대로 걷어 올려 오른쪽 담장을 넘기는 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이틀 연속 대포를 가동하며 자신을 향한 모든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꾼 순간이었다.
지난겨울 최형우가 FA 자격을 얻어 KIA를 떠났을 때, 일각에서는 김도영과 윤도현이라는 걸출한 젊은 피, 그리고 제리드 데일과 해럴드 카스트로 등 새로운 외인 타자들이 힘을 합치면 그 공백을 지울 수 있을 것이란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매 시즌 90타점에서 100타점 이상을 묵묵히 쓸어 담아주던 진정한 '해결사'의 무게감은 결코 쉽게 대체되는 것이 아니었다. 최형우는 친정팀의 한복판에서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며 그 묵직한 가치를 직접 증명해 냈다.
삼성 팬들 입장에서는 그저 함박웃음이 지어지는 맹활약이다. 지난겨울 삼성이 최형우를 복귀시키며 안겨준 계약 규모는 2년 최대 26억 원. 나이를 고려한 합리적인 잣대였지만, 지금 타석에서 보여주는 리그 최정상급의 클러치 능력과 위압감을 생각하면 "이러니 26억이 헐값이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년에 26억 값어치를 못할 것이라는 걱정은 라이온즈 팬 아무도 하지 않는다.
시간을 역행하는 타격 기계 최형우. 과연 그의 야구 시계는 몇 살에서 멈추게 될까. 26억 원이라는 금액이 그저 놀랍게만 느껴지는 올 시즌 최고의 '혜자 계약' 속에서, 푸른 유니폼을 입은 43세 노장의 전성기는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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