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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포기하고 귀국하겠다" 호르무즈 갇힌 선원들, '인질' 상태로 6주째 방치

김희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0 14:14

수정 2026.04.10 14:14

[AP/뉴시스]2012년 1월19일 호르무즈 해협 남쪽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스 알 카이마 해안의 어선 뒤로 유조선 2척이 지나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교전 때보다 휴전 이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협 통행료, 대체항로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해운 선주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2024.04.10. /사진=뉴시스
[AP/뉴시스]2012년 1월19일 호르무즈 해협 남쪽 아랍에미리트(UAE)의 라스 알 카이마 해안의 어선 뒤로 유조선 2척이 지나가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가 교전 때보다 휴전 이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협 통행료, 대체항로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해운 선주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2024.04.10.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근 해상에 고립된 선원들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벌써 6주째 이어지는 극도의 긴장감 속에, 선원들이 정신적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6주째 발 묶인 2만명 선원, 공포감 극에 달해

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호르무즈 해협 주변에서 발이 묶인 2만여 명의 선원 중 한 명인 유조선 노동자와 인터뷰한 내용에 따르면 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은 그야말로 참혹하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휴전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현장은 여전히 공포감이 가득하며, 선원들 사이에서는 직업을 포기하고 귀국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해당 선원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인근에 정박 중인 유조선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정신적 충격을 최소화하려 노력하지만, 이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주변에는 기름을 가득 실은 유조선 수십 척이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현장 선원들이 여전히 이란의 드론 공격과 기뢰 위협 속에 사실상의 '인질'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제적인 인도주의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2주 전 인근 쿠웨이트 유조선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불길에 휩싸이는 것을 목격하면서 이들의 공포감이 더욱 커졌다고 전했다.

휴전 합의 직후에도 상공에서 미사일 요격..."정신 붕괴 상시 감시"

실제로 휴전 합의 직후에도 상공에 미사일 요격 흔적이 나타나는 등,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선원이 항행 자체를 거부 중이다. 이 선원은 "이미 한 달 전 선장에게 해협을 통과할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며 "동료 선원 중 90%가 항행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료 한 명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붕괴 증세를 보여 동료들의 상시 감시를 받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만큼 해협에 갇혀 지내고 있는 선원들이 정신적으로 한계에 몰렸다는 이야기다.

국제운수노조연맹(ITF)은 전쟁 발생 이후 300여 척의 선박에서 1000여 건의 상담 문의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상담 선원 가운데 20%는 조기 귀국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고립이 장기화하면서 식량과 식수, 연료 부족 문제가 겹쳐 이들이 겪는 고통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뷰에 응한 한 선원은 "평생 유조선에서 일하며 이룬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일단 집으로 돌아가 몇 달은 쉬어야 다시 바다로 나갈 수 있을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이들의 정신적 외상을 방치할 수 없다며 대체 인력 투입을 촉구하고 있다.
해상 규정상 위험 지역에서의 근무를 강요할 수는 없지만, 전쟁으로 고국에 돌아가지 못하는 우크라이나 선원 등 생계가 절박한 이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체 인력으로 자원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