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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한 줄 알고 소화제 삼켰는데…" 방치하면 구급차 타게 만드는 '이 증상' [몸의 오프더레코드]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4.11 13:00

수정 2026.04.11 13:19

심장에 난 불, 위장의 '경보기'를 울리다
어깨·턱이 찌릿… 뇌가 빠진 '치명적 착각'
트림 기다리다 멈춰버릴 수도 있는 '가장의 심장 시계'

매년 9월29일은 세계심장연맹(WHF)이 동맥경화, 고지혈증,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인식 개선을 위해 제정한 ‘세계 심장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2019년 약 890만 명이 사망한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다.뉴시스
매년 9월29일은 세계심장연맹(WHF)이 동맥경화, 고지혈증, 심장마비 등 심혈관계 질환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인식 개선을 위해 제정한 ‘세계 심장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심혈관 질환은 2019년 약 890만 명이 사망한 사망 원인 1위 질환이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주말 라운딩을 마치고 돌아온 참이거나, 가족들과 나른한 일요일 오후를 보낼 때 갑자기 명치끝이 꽉 막힌 듯한 통증이 찾아온다면 십중팔구 소화제부터 찾게 된다.

흔한 '식체'나 '역류성 식도염'으로 치부하기 쉬운 이 평범한 대처가, 사실은 썩어 들어가는 심장을 방치하는 치명적인 자해 행위일 수 있다.

급성 심근경색은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지는 할리우드 영화처럼 극적으로만 찾아오지 않는다. 심장의 비명은 생각보다 훨씬 교활하게 우리의 뇌를 속인다.

■ 심장이 위장을 속이다: 미국심장협회(AHA)가 경고한 '침묵의 살인자'


코미디언 김수용이 지난 15일 방송한 SBS TV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성미·조혜련·신봉선·허경환과 만났다. 뉴시스
코미디언 김수용이 지난 15일 방송한 SBS TV 예능 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에서 이성미·조혜련·신봉선·허경환과 만났다. 뉴시스

미국심장협회(AHA)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발생하는 약 80만 건의 심장마비 중 무려 17만 건이 '침묵의 심장마비(Silent Heart Attack)'다.



가슴을 쥐어짜는 전형적인 통증 대신 구역질, 심한 소화불량, 혹은 가벼운 근육통으로 위장해 환자 본인조차 심장마비가 지나간 것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심장의 아랫부분 혈관이 막히는 '하벽부 심근경색'이 대표적인 함정이다. 심장의 하단부는 위장과 맞닿아 있는 횡격막 바로 위에 얹혀 있다.

이곳의 심장 근육이 괴사하기 시작하면 주변을 지나는 미주신경이 자극을 받는데, 이때 뇌는 '심장에 불이 난 상황'을 '위장이 체한 상황'으로 오인하여 엉뚱한 화재경보기를 울리게 된다. "점심 먹은 게 급체했다"며 바늘로 손을 따고 등을 두드리는 사이, 심장 근육은 영원히 멈출 준비를 한다.

■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방사통': 뇌 배전반의 치명적 합선

어깨나 턱 끝, 심지어 어금니가 찌릿하게 아픈 증상 역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심장의 경고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대와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심장마비의 핵심 징후로 '방사통(Referred pain)'을 강력히 지적한다.

내장 기관인 심장에서 발생한 엄청난 통증 신호는 척수를 타고 뇌로 올라간다. 문제는 이 신호가 왼쪽 팔이나 턱, 등에서 뇌로 올라가는 감각 신경과 척수에서 같은 길목(신경절)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심장에서 쏟아지는 막대한 통증 신호가 한꺼번에 몰려들면, 우리 뇌는 마치 배전반에 과부하가 걸려 합선이 일어나듯 통증의 진짜 진원지가 심장인지 왼쪽 어깨인지 헷갈리는 치명적 오류를 범한다. 오십견이나 충치인 줄 알고 파스를 붙이거나 진통제를 삼키다 길거리에서 심장마비를 맞는 비극은 바로 이 착각에서 비롯된다.

■ 트림 기다리다 놓치는 '90분의 마지노선'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입니다

현대 의학이 권고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생존 마지노선은 병원 도착 후 90분 이내다.

늦어도 2시간 안에는 막힌 심장 혈관을 뚫어 피를 통하게 해야 한다. 피가 돌지 않는 심장 근육은 30분 만에 썩어 들어가며, 한 번 죽은 심장 세포는 영원히 재생되지 않는다.

트림이 나오길 기다리며 방구석에서 버티는 1시간은 곧 사망 선고나 다름없다. 식은땀을 동반한 원인 모를 소화불량, 턱과 왼쪽 팔로 뻗치는 뻐근함이 15분 이상 지속된다면 그 즉시 119를 호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장들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는 것에 서툴다. 가족을 부양하느라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이고 살다 보니, 내 몸이 보내는 통증쯤은 "피곤해서 그렇겠지", "조금 쉬면 낫겠지"라며 묵묵히 참아 넘기는 것이 버릇이 되었다.

하지만 당신의 건강은 곧 한 가정의 우주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기둥이다. 치열하게 모아둔 노후 자금도, 가족과 함께할 따뜻한 내일도 내 심장 혈관이 막히는 순간 일제히 멈춰 선다.
이번 주말, 소화제를 찾기 전 15분만 내 몸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미련하게 참는 것은 결코 가족을 위한 길이 아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